중앙아메리카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교회에 대한 비판 수위와 탄압 강도를 연일 끌어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사랑의 선교수녀회 수녀들을 추방하고, 마타갈파교구장을 주교관에 연금한 데 이어 최근 TV로 생중계된 경찰 창설 기념식 연설에서 “교황과 다른 권위 있는 인물들(주교들)을 선거로 뽑지 못하는 가톨릭교회야말로 ‘완전한 독재’ 체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회는 모든 것을 강요하는 완벽한 폭정”이라며 “교회가 민주적이려면 교황과 추기경, 주교부터 투표로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교와 신부를 ‘살인 폭력배’, ‘쿠데타 음모자’라고 몰아세웠다.
이 같은 막말 발언은 교회와 대립각을 세우던 그가 아예 ‘전면전’을 선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일부 성직자들이 2018년 민주화 시위를 지원한 혐의로 사법 당국에 기소된 뒤부터 가톨릭교회를 노골적으로 탄압하고 있다. 그는 미국 지원을 받는 야당 주도의 민주화 시위에 주교들이 공모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에는 주교들을 옹호하는 니카라과 주재 교황 대사까지 추방 조치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올해만도 가톨릭 라디오 방송국 폐쇄, 비정부기구 해산, 사랑의 선교수녀회 추방, 종교 상징물 훼손, 사제 연행 등 ‘완벽한 폭정’을 서슴지 않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8월 극도의 긴장 상태에 있는 니카라과 상황을 “우려와 슬픔으로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개적이고 진지한 대화를 통해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신념과 희망을 밝혀둔다”고 덧붙였다.
에콰도르와 브라질 주교단도 니카라과 주교단에 보낸 서한을 통해 가혹한 억압에 시달리는 교회 공동체를 위로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니카라과 정부가 민주주의의 근간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1979년 소모사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 지도자 출신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에 당선과 낙선을 거듭하는 동안 권력욕의 화신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