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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6월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민족주의 진영과 연방주의 진영이 또다시 충돌하자 영국군이 출동해 양측을 분리하는 ‘평화의 벽’을 설치하고 있다. 【CNS 자료사진】 |
영국 연방인 북아일랜드에서 사상 처음 가톨릭 신자 수가 개신교 신자 수를 앞질렀다는 인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북아일랜드 인구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인구조사 통계에 따르면 가톨릭 인구는 45.7, 개신교 신자는 43.4다. 10년 전 조사 때는 45.1 : 48.4로 개신교 신자가 많았다. 얼스터대학 사회정치학과 데이드레 히난 교수는 “가톨릭이 다수로 확인된 이번 조사 결과는 기념비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변화는 북아일랜드 종교 지형과 앞으로 예상되는 통일 논의 과정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북아일랜드는 1921년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 분리된 지역이다. 영국을 추종하는 개신교도들이 분리를 주도했다. 분리 당시 개신교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최근까지도 개신교가 주류를 이뤄왔다.
이후 친영국 진영(개신교)과 친아일랜드 민족주의 진영(가톨릭) 간에 갈등과 반목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1960년대 후반부터 1998년 성금요일 협정(벨파스트 협정)을 맺기 전까지 격렬하게 충돌했다. 양 진영이 ‘영국의 화약고’라는 비난을 받아가며 치열하게 대립한 30년 동안 35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따지고 보면 갈등은 17세기경 영국 프로테스탄트들이 아일랜드 북부에 대거 이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번 인구조사 결과는 향후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통합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총선에서 원내 1당이 된 민족주의 성향의 신 페인(Sinn Fin) 정당은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타계 이후 영 연방 국가들에서 연방 탈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신 페인 정당은 종교 인구 변화를 근거로 통일을 위한 국민투표 준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가톨릭 신자라고 모두 통일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개신교 신자라고 모두 연방주의자도 아니다. 이번 조사에서 자신을 영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43로 나타났다. 아일랜드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33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격차가 좁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영국인으로 남고 싶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데이드레 히난 교수는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앞으로 변화 양상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도전을 받아들이는 성숙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