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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곤의 불편한 이야기] 죄의식과 자유

안희곤 하상 바오로(사월의책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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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와 개신교의 구분 없이 그리스도교의 뿌리 깊은 관념 중 하나로는 원죄의식을 들 수 있겠다. 하느님의 명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었다가 에덴에서 쫓겨난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들어 그리스도교는 인간이 날 때부터 죄를 짓고 태어난 존재라고 설명한다. 나는 자연의 위협과 세상에 만연한 고통 앞에서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던 고대의 사람들이 찾아낸 한 가지 설명방식이 원죄 아닐까 생각하곤 한다. 완전한 존재이신 신이 그럴 리는 없고 죄와 고통은 결국 인간의 탓일 수밖에 없다. 철학적으로 말하면, 이 세계이자 존재 자체이신 신은 선이고 악은 그런 존재의 결핍에서 오는데,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게 죄악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원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예수님의 대속(代贖) 사건과 부활이다. 신이신 예수님께서 몸소 인간의 ‘육신’으로 모두를 대신해 고통을 받고 돌아가심으로써 우리는 원죄에서 해방되었다. 그리고 이후의 삶이 영원하다는 것을 당신의 부활로 증명하셨다. 신앙고백(신경)에 압축적으로 표현된 이 사실을 믿는 데서 그리스도교 신앙은 출발한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죄에서 해방되었고 자유로워졌다. 에덴의 하느님께서 금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선악을 선택할 자유를 주신 그 모순된 뜻이 예수님에게 와서 실현된 것이다. 우리는 죄를 분별할 수 있고, 그 죄를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가진 존재이다. 너희는 자유를 누려라, 그리고 그 자유를 통해 선에 도달하라.

죄와 자유의 변증법을 가장 깊게 깨달았던 이는 사도 바오로인 듯하다. 바오로 사도는 말한다. “율법이 죄입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율법이 없었다면 나는 죄를 몰랐을 것입니다. 율법에서 ‘탐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았으면 나는 탐욕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계명을 빌미로 죄가 내 안에 온갖 탐욕을 일으켜 놓았습니다. 사실 율법과 상관이 없을 경우 죄는 죽은 것입니다. 전에는 내가 율법과 상관없이 살았으나, 계명이 들어오자 죄는 살아나고 나는 죽었습니다. 생명으로 이끌어야 하는 계명이 나를 죽음으로 이끌고, 죄가 계명을 빌미로 나를 속이고 또 나를 죽인 것입니다.”(로마 7장)

율법으로 인해 죄를 죄로 분별하게 되면서 우리는 오히려 그 죄에 매인 몸이 되었다. 하지만 하느님은 율법을 통해 우리에게 들어온 죄를 예수님의 죽음으로 벗어나게 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이어서 “율법이 우리 육신으로 인해 끝내 없애지 못한 죄를 하느님이 그 친아드님의 육을 통해 처단했다”고 말한다. 예수님께서 “나는 율법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고 하신 말씀의 참뜻이 실현된 것이다. 율법이 가르쳐준 죄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신 것이 오히려 율법의 완성이라는 이 위대한 모순!

그리 성실하게 성경공부나 교리공부도 하지 않는 이가 이런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까닭은 실상 나 자신의 허약한 믿음 때문이다. 나의 신앙을 자유와 기쁨으로 만끽하기보다는 의무감과 죄책감으로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열 가지 계명은 예수님 당대의 유다 사회에서 무려 600여 개에 달하는 자잘한 율법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약한 자와 억울한 자를 없게 하려는 법의 원래 정신과 달리, 법은 법을 가진 자들 곧 바리사이인이나 레위인들의 권력을 확대시켰을 것이다. 너그러운 종교로서 천주교의 정신을 믿지만, 한편으로는 촘촘한 신앙의 의무와 복잡한 교회법이 우리를 기쁘고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교회의 권력과 신자의 죄책감만 강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물어볼 만하다. 우리는 이 신앙 안에서 해방과 자유를 느끼는가? 나의 신앙은 의무인가 기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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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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