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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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평화칼럼] 선한 마음

박용만 실바노((재)같이걷는길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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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일하는 봉사자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려놓고 캡션을 달았다. “봉사일하면서후천적으로선한인간이되어간다”고 써놓았다.그 마음이 고맙고 대견했지만 내 생각이 좀 달랐다. 그래서한마디를 해줬다. “그게아니라이 일이 자네가 원래가지고있던선함을꺼내준거야.” 사실이 그랬다. 마음의 선함이 없었으면애초에그곳에발을들이지도않았을 터였다. 일하고 놀 시간도 부족한 젊은이가 궂은일만 하는 주방에 굳이 찾아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살면서 쉽게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들이 있다. 엘리베이터에타고있는데누군가가급한발걸음재촉하며오는것이 보인다.엘리베이터문을 잡고기다리다안도하듯 들어서는 그 사람의 고맙다는눈인사를 마주하면기분이좋다.슈퍼마켓 문을 밀고 들어가는데 건너편에서 두 손에 가득 장 보따리를 든 사람이 나온다. 선뜻 내가 문을 당겨 열고 그 사람이 나오게 해주었을 때 역시 마주치는 눈인사에 기분이 좋아진다. 누구나 아주 쉽고 간단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길이다.

이럴때기분이 좋은것은원래부터사람이 갖고있던선함때문이아닐까?그선함은간신히엘리베이터를탄 사람에게도문잡고기다린사람에게도행복감을주는법이다.못본척 얼른닫힘버튼을눌러버리는사람도있다. 하지만그렇게하고나면 대부분의 사람은‘괜히그랬나?’ 아니면‘누가본 사람있을까?’싶고 약간의 죄책감이 들 것이 틀림없다.이역시마음속에있던선함이 자신을채찍질하는것이다.이렇게사람은선한심성을 갖고태어난다고믿는다.다만자라면서각박한 세상살이 탓에 그선함이묻혀버리고겉으로나오지못할 뿐이라고 믿는다.

짜증이 나고 마음이 어지러운 저녁에 눈을 감고 생각을 해본다. 그 날 하루 중에 엘리베이터를 붙잡거나 문을 당겨 배려한 것 같은 일이 뭐가 있었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 일들을 떠올리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솟는다. 이렇게 선한 마음에서 하는 일은 받는 사람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그런데도 막상 일상에선 내가 왜 그러나 싶게 야박한 일들을 나도 모르게 쉽게 해치운다. 어떤 사람은 그런 이기적인 마음이 인간의 본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느 쪽이 정답인지는 나도 모르지만, 내가 분명히 아는 것은 가능한 한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 날 행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기적으로 살면 오늘이 편안할지 모르지만, 끊임없이 뒤돌아보며 후회하게 만든다. 내 마음속에서 욕심대로 이기적으로 살라고 부추기는 목소리와 선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살라는 두 목소리가 싸움을 한다. 그럼 나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는가? 항상 답은 선한 쪽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데 실제로는 이기적인 유혹의 쪽도 꽤 힘이 세다. 그러니 이 둘의 싸움에서 선한 쪽을 택하려고 노력하고 이기적인 마음과 싸워 이기는 것이 하느님 뜻에 맞게 싸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중에 돌아보면 그 편으로 살아가는 것이 편안하다. 하느님이 나쁜 쪽으로 우리를 가르치실 일은 없다.

봉사일마치고돌아와점심상앞에앉으니따뜻한뭇국이있다.조금전반찬가져다드리며힐끗들여다본어르신의 쪽방이 생각난다. 냉기만가득하던방에서,국물없이드실어르신생각을하니 숟가락이무겁다. 그래도 요즘같이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상황에도팔걷고도와주러 온봉사자들의착하고고운마음을 생각하면일하는사람 모두기운이솟아난다. 환하게웃는얼굴로일하고가는모습을보면천사의모습이따로있을까싶어진다.봉사자가너무적은 날에는 오늘 이 많은 일을어쩌나걱정이되고 시작부터 어깨가 무겁다. 막상일을시작하는 시간이 되어 환하게웃는얼굴로 나타나는봉사자들모습을 마주하면 절로힘이솟는다.그래서 일 끝나고 메시지를 보냈다. “여러분이천사입니다.진심으로머리숙여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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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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