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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신부들은 아동 성학대 위기와 관련해 주교들에 대한 신뢰가 낮고, 자신도 허위 고발의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미국 사제들의 입당 행렬. 【CNS 자료 사진】 |
미국의 신부들이 주교들에 대한 신뢰 위기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신도 아동 성학대와 관련한 허위 고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사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가톨릭대(CUA)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보고서 ‘위기의 시간 속에서 안녕(Well-being), 신뢰와 정책’에 의하면 주교들이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생각하는 신부들 비율이 압도적이다. 특히 설문에 응한 신부의 82는 한층 강화된 성학대 예방 및 대응 조치에 찬성하지만, 자신도 언젠가 모함을 당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시행 중인 성학대 예방 및 대응 조치대로라면 자신이 허위 고발을 당해도 무죄가 입증되기 전까지는 죄인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신과 불안은 2002년 성직자에 의한 아동 성학대 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 교회가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청소년과 아동의 보호에 관한 문서를 채택하면서 심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문서는 흔히 ‘댈러스 헌장(Dallas Charter)’이라고 불린다.
보고서는 댈러스 헌장 채택 이후 적용된 정책이 신부와 주교의 인격적 만남을 제한한다고 진단했다. 신부들이 주교를 아버지나 형제라기보다는 최고경영자(CEO) 혹은 교구 재정의 법적 보호자로 보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신부 1만 명 중 24만이 주교들에 대해 ‘일반적 신뢰’를 갖고 있다. 한 신부는 심층 인터뷰에서 “우리 대주교는 인간적이지 않고 선뜻 다가가기도 어렵다. 그저 바쁜 종교계 인사처럼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또 응답자의 40는 아동 성학대 범죄에 대한 무관용(zero-tolerance) 정책이 필요 이상으로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함성 고발을 하기 쉬운 데다, 일단 고발을 당하면 주교는 무죄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신부를 돕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77는 ‘사제직에 성취감을 느끼고, 의미와 목적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사제직을 떠나고 싶다는 응답자는 4로 파악됐다.
이번 연구에는 주교 131명도 참여했다. 주교들은 사목자들의 심리 상태와 아동 성학대 관련 정책을 연구위원들과 함께 분석했다. 주교회의 공보담당 제임스 체키오 주교는 “이번 연구가 주교들에게 사제를 도울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 데 대해 감사한다”며 “특히 주교들이 사목자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고 말했다.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 스티븐 화이트는 “주교들도 일선 사목자들이 걱정은 덜하고, 자신이 지지받고 있음을 느끼면서 사제 생활을 해나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5년 후 똑같은 연구를 해보면 여러 면에서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그런 점에서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