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미사일 위기 발발 60주년 기념식에서 핵무기 폐기 강조
▲ 한 여성이 2017년 9월 뉴욕에서 열린 반핵 시위에서 핵무기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
웨스터 대주교는 14일 쿠바 미사일 위기 발발 6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우리는
60년 전 위기에서 아직도 중요한 교훈을 얻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 쿠바 핵탄두 미사일 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미국과
소련이 팽팽하게 대치하면서 인류를 핵전쟁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두 강대국이 막판 타협에 실패했더라면 핵전쟁을 피하기 어려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1962년 10월은 인류가 핵전쟁의 위험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때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평가다.
웨스터 대주교는 당시 위기를 떠올리면서 “인류가 핵무기 위협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신중하고 보편적이며 검증 가능한 절차를 통해 핵폐기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핵무기 보유 자체가 비도덕적”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참석자들에게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연방 정부는 수많은 사회ㆍ경제적 지표가
바닥인데도 무기 생산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며 정치 지도자들을 질타했다.
핵무기 폐기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웨스터 대주교는 올해 초 핵 위협에 대한
교구민들의 관심을 호소하는 사목 서한을 발표한 바 있다. 뉴멕시코 주의 주도인
산타페에는 여러 핵무기 연구소와 생산 시설이 있다. 이 때문에 웨스터 대주교는
“산타페대교구는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국제 핵무기 전면 폐기의 날’을 맞아 열린 유엔 총회에 초대돼 관계자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앞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9일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어째서 역사를 통해 배우지 않는가?”라고 한탄했다.
교황은 이날 삼종기도 훈화에서 두 강대국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1962년 10월을
언급하고 “그때에도 갈등과 큰 긴장이 있었지만, 평화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또 “갈림길에 서서 살펴보고 옛길을 물어보아라. 좋은 길이 어디냐고 물어 그 길을
걷고 너희 영혼이 쉴 곳을 찾아라”(예레 6,16)는 성경 한 구절을 읊고 “역사에서
배우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2년 전 발표한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에」에서 “핵무기
전면 폐기라는 궁극 목표는 하나의 도전 과제이자 도덕적이고 인도주의적인 명령”(262항)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