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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결정 철회

4년 전 모리슨 전 총리 결정 번복… 호주 정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이 평화적 협상으로 풀어야 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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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인 순례자들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행렬을 마친 뒤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내려다보고 있다. 【CNS 자료 사진】



호주 정부가 최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결정을 번복했다. 4년 전 우파 성향의 스콧 모리슨 전 총리가 내린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모리슨 전 총리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텔아비브에 있던 자국 대사관을 그곳으로 옮기자 그 뒤를 따랐다. 이전까지 이스라엘 내 모든 외국 대사관은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있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환호했다. 반대로 이스라엘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는 “예루살렘은 통합된 이스라엘의 영원한 수도이며, 그 무엇도 이를 바꾸지 못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스러운 도시’ 예루살렘은 그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두 민족(유다계와 팔레스타인계)과 세 종교(유다교ㆍ그리스도교ㆍ이슬람교)가 공존하면서 때로는 소유권을 놓고 피의 전쟁을 벌였던 땅이 예루살렘이다.

이스라엘은 1948년 건국 직후 예루살렘을 수도로 공표했다. 하지만 유엔은 ‘어떤 국가에도 속하지 않는 지역’이라고 못 박았다. 국제사회도 유엔 결의에 따라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하는 것을 꺼려왔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층인 복음주의 세력과 유다계 유권자들을 의식해 이스라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당시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렸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 보면 예루살렘은 누가 뭐래도 양보할 수 없는 땅이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도착한 이래 그 도시에서 구약의 화려한 역사가 펼쳐졌다. 하지만 AD 70년 로마 제국에 의해 도시가 멸망하자 뿔뿔이 흩어져야 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유목 생활을 하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찾아와 정착하기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무슬림에게도 예루살렘은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삶의 터전이다. 메카와 메디나에 이어 세 번째로 중요한 성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의 랜드마크인 이슬람교의 황금돔 사원 내부에는 아브라함이 아들 이스마엘(이사악)을 바치기 위해 사용한 바위가 있다고 전해진다. 또 그 바위에서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했다고 믿는다.

그리스도교는 말할 것도 없다. 주님께서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다가 부활하신 장소가 예루살렘이다.

대략적으로 보면 예루살렘은 1000년간 유다교, 400년간은 그리스도교, 1300년간은 이슬람교의 도시였다. 중세에는 그리스도교 십자군 세력이, 이후에는 이슬람 세력이 도시의 주인 노릇을 했다. 예루살렘의 이면에는 숱한 폭력과 학살, 전쟁과 정복의 역사가 있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공존이 깨진 것은 1948년 영국의 위임 통치가 끝나자마자 시온주의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이 땅에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부터다. 그때부터 본격화한 두 민족의 갈등과 충돌은 오늘날까지 한 치 양보 없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제1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서예루살렘 통치를 실질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세 종교의 성지(유적)가 몰려있는 동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영토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동ㆍ서를 구분하지 않는다. 전부 이스라엘 땅이자 ‘영원한 수도’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사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영토 분할 당시 차후에 이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하지만 돌과 화염병, 로켓만 주고받았을 뿐 건설적 대화를 이어간 적이 없다. 누구의 소유도 아닌 땅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동예루살렘만큼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미래 국가의 공동 수도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국제사회의 전반적 여론이다. 이른바 ‘두 국가(two-state solution)’ 해법이다.

호주 정부도 이번에 번복 결정을 발표하면서 “이스라엘과 미래의 팔레스타인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경계 안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교황청도 국제사회와 같은 생각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당국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두 국가 해법’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적,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교황청의 일관된 입장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5월 예루살렘 구시가지 입구에서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경찰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하자 “폭력은 폭력을 낳을 뿐이다. 충돌은 이제 그만!”이라며 양측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면서 “예루살렘 성지가 폭력적인 충돌의 장소가 아니라 만남의 장소, 기도와 평화의 장소가 되도록” 기도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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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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