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 성직자의 아동 성학대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독일 밤베르그대교구장 루트비히 쉬크 대주교가 1일 교구장직에서 물러났다.
쉬크 대주교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두 번에 걸친 사임 청원을 오늘 자로 수락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사임은 오랜 고민과 기도 끝에 내린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록 중도 사임하지만, 대교구가 교회 사명과 복음 선포, 사목적 돌봄 등 여러 면에서 계속 풍성한 열매를 거두길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73세인 쉬크 대주교는 2002년부터 밤베르그대교구를 이끌어왔다. 2009년에는 한국 교회의 소공동체를 탐방하기 위해 독일 주교단 일원으로 방한하기도 했다.
쉬크 대주교는 성학대 추문을 둘러싼 비난에 직면해 처음 사임 청원서를 제출한 교구장은 아니다. 지난해 뮌헨-프라이징대교구장 마르크스 추기경이 같은 이유로 사임 청원을 했다. 하지만 아직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뮌헨-프라이징대교구는 독일에서 가장 큰 교구인데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교황의 개혁 작업을 보필하는 인물이어서 그의 사임 청원 소식은 독일 교회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뮌헨-프라이징대교구는 한 법무법인에 의뢰해 1945년부터 최근까지 교구 내 성학대 사건을 대대적으로 조사해 그 결과를 올해 초 공개했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최소 479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가해자는 대부분 성직자였다.
마르크스 추기경은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교회 내 미성년자 성학대 사건은 재앙”이라며 비통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후 사임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마르크스 추기경의 경우 전임자들의 소홀함과 실수까지 포함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로 사퇴를 결심했다는 게 대체적 여론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의교서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2016년)를 통해 “교회법상 교구장 주교는 ‘중대한 이유’로 해임될 수 있다”며 “그 ‘중대한 이유’ 가운데 주교 직무 수행에서의 태만, 특히 미성년자와 취약한 성인의 성추행과 관련된 태만도 있음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일부의 우려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성직자 성학대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7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도 “학대에 대한 ‘무관용 정책’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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