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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고등학교의 교내 행사 장면. 【UCAN 갈무리】 |
가톨릭을 믿는 재학생이 절대다수인 인도네시아의 한 가톨릭 고등학교에서 무슬림 학생이 교내 역사상 처음 학생회장에 선출돼 화제다. 재학생은 물론 교장 신부와 교사들은 “종교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며 무슬림 학생회장을 반기고 있다.
아시아 가톨릭 뉴스(UCAN)는 가톨릭 신자가 대다수인 플로레스 섬에 있는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고등학교에서 이슬람 신자인 아프릴리아 인카 프라사스티(16)가 가톨릭 후보 4명을 제치고 새 회장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뉴스가 되는 이유는 교육기관에서 비무슬림 학생을 따돌리거나 배제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카르타 투쟁의 민주당은 지난 8월 교육기관들의 차별 행위를 조사하면서 최소 10건의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 따르면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교감과 교사들이 비무슬림 학생의 학생회장 후보 등록을 노골적으로 막았다. “비무슬림 학생이 후보로 나서는 것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녹취 내용이 공개됐다.
자카르타에 있는 다른 공립학교에서는 교사가 “신앙이 같은 대표를 뽑아야 한다. 비무슬림 후보 2명을 조심하라”는 지침을 SNS를 통해 학생들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데폭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비무슬림 학생이 회장에 당선되자 급히 재선거를 치러 비무슬림 학생들이 반발했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교육부는 2년 전 교육기관의 3대 문제로 성폭력과 따돌림 외에 편협함을 꼽은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의 대표적 이슬람 국가다. 하지만 소순다 열도에 속한 플로레스 섬은 가톨릭 신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가톨릭 섬’이다. 16세기 포르투갈 무역상으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인 이래 대대로 가톨릭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 하비에르 고교 재학생 종교 분포만 하더라도 가톨릭 1147명, 개신교 19명, 이슬람 4명, 힌두교 3명이다.
교장 마틴 윌리엄 신부는 “무슬림 학생대표 당선은 지도자를 뽑을 때 자신들의 종교를 미화하고 합리성을 무시하는 관행에 대한 따끔한 질책”이라고 밝혔다. 또 “학생회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지성과 인격”이라며 “종교에 관계없이 그런 자질을 갖춘 학생이 전교생을 대표하는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종교평화회의 소속 아흐메드 누르콜로시는 “가톨릭 학생들이 무슬림 학생회장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총인구 2억 7000만 명의 약 85가 이슬람교를 믿는 아시아 최대 이슬람 국가다. 이슬람교가 국교는 아니지만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크다. 국민들 의식과 생활 습관 곳곳에 이슬람 율법과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가톨릭 인구 비율은 3 정도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