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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랄라 주에 있는 시로말라바르 전례 교회 소속 성 요셉 신학교에서 신학생들이 기도하고 있다. CNS 자료 사진 |
동방 가톨릭에 속하는 시로말라바르 전례 교회의 앤드루 타즈하스 대주교가 7일 인도 주교회의 정기총회에서 새 의장으로 선출됐다. 동방 가톨릭의 고위 성직자가 인도 주교단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시로말라바르 전례 교회는 엄연히 사도좌와 일치하는 가톨릭의 일원이다. 하지만 한국처럼 라틴 전례를 따르는 지역에서는 ‘시로말라바르’라는 명칭부터 낯설다. 동방 가톨릭 성직자가 주교회의 의장에 선출된 사실을 이해하려면 약간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인도 가톨릭에는 3가지 전례를 따르는 교회가 있다. 라틴 전례ㆍ시로말라바르(Syro-Malabar) 전례ㆍ시로말란카라(Syro-Malankara) 전례를 따르는 교회가 모여 하나의 인도 교회를 이룬다.
라틴 전례 교회는 16세기 초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신자 수는 약 2100만 명으로, 인도 가톨릭에서 교세가 가장 크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보면 시로말라바르 전례 교회의 역사성과 존재감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명인 토마스 사도가 서기 52년 남부 케랄라 지방에 도착해 세운 교회가 시로말라바르 교회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그곳에는 1500년 동안이나 신앙을 이어오며 인도 문화에 뿌리내린 그리스도인 무리가 있었다.
다만, 이들은 서양에서는 이단 판정을 받고 소멸한 네스토리우스주의를 여전히 추종하고 있어 로마 가톨릭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적잖은 갈등이 있었다. 신자 수는 약 350만 명이다. 말라바르는 케랄라의 다른 이름이다.
시로말란카라 교회는 시로말라바르 교회가 라틴화되는 데 반발해 이탈했다가 일부가 로마 가톨릭으로 복귀하면서 새롭게 형성된 교파다. 신자 수는 약 30만 명으로 아주 적다. 앞 단어 ‘시로(Syro)’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시리아 교회 전통을 따르는 동방 가톨릭이다.
라틴 전례 교회와 두 동방 전례 교회는 모두 사도좌와 일치하지만, 독자적 전례와 자치권을 갖고 있다. 이들 교회의 주교들은 격년으로 합동 주교회의를 열어 전례를 제외한 공통의 관심사를 논의한다. 의장은 전통적으로 번갈아가며 맡는다. 라틴 전례의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뭄바이대교구장)이 2018년부터 두 번 의장직을 맡았기 때문에 이번에 시로말라바르 교회에서 의장이 선출된 것이다.
인도는 힌두교의 나라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불교, 자이나교 등은 소수 종교로 분류된다. 가톨릭 신자는 과거 포르투갈령이었던 서남해안의 고아 주와 남부 케랄라 주에 집중돼 있다. 고아 주에는 라틴 전례, 케랄라 주에는 시로말라바르 전례를 따르는 신자가 많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