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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27일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 폭격과 방화에 파괴된 꺼야주의 성 마태오 성당. CNS 자료사진 |
쿠데타와 내전 속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미얀마 가톨릭 공동체에서 새 사제 10명이 탄생했다.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성당 파괴와 신앙 공동체 와해 같은 우울한 소식만 접해온 신자들은 새 사제 10명을 하느님의 ‘위로’처럼 반기고 있다.
사제 서품식은 11월 20일 동부 꺼야주의 주도(州都) 롸잉꼬에 있는 그리스도왕대성당에서 거행됐다. 10명 가운데 9명은 롸잉꼬교구 소속이다.
이날 서품식을 주례한 피터 흘라 주교는 “집과 고향을 버리고 롸잉꼬와 인근 지역에서 피란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복음과 정의, 평화와 진리에 목말라하고 있다”며 “새 사제들은 이들을 돌보라고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목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미얀마 신학교들은 언제 어디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문을 닫지 않고 계속 신학생을 양성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출신 선교사는 사제 성소와 관련해 “전쟁이라는 절대악은 시시각각 미얀마 학생들이 폭격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만들었다”며 “성소를 간직한 젊은이들은 성소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아니면 다른 친구들처럼 전장에 뛰어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전 중에 거행되는 서품식과 서원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게 한다”며 “이런 상황이 없다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재를 뒤집어쓴 욥과 같은 처지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얀마 16개 교구 가운데 롸잉꼬와 페콘 등 5개 교구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품식이 거행된 롸잉꼬교구만 해도 군부와 소수 민족 민병대가 이 지역에서 격하게 충돌하는 와중에 최소 성당 7곳이 파괴됐다. 지난 9월에는 군부의 정규군이 페콘교구 내 9개 성당을 나흘간 장악했다고 교황청 선교 통신 피데스(Fides)가 보도했다.
군부는 소수 민족 민병대든 인민방위군이든 저항 세력의 움직임을 포착하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상황이다. 피해가 집중된 곳은 꺼야주와 샨주, 사가잉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그리스도인이 많이 거주하는 최북단 카친주도 피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선교사는 “군 당국은 심지어 불교사원 내에 있는 학교를 헬리콥터로 공격하기도 했다”며 군부의 만행을 비난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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