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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2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보편 교회와 한국 교회를 위한 다리 역할을 계속 해나가겠다”며 “교황님과 저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린다”고 청했다. |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2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서 “제가 장관에 부임한 이후 한국 교회가 교황님과는 물론, 교황청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얘기를 듣는다”며 앞으로도 계속 한국 교회와 보편 교회를 위한 ‘경첩’ 역할을 해나갈 뜻을 밝혔다.
유흥식 추기경이 장관 임명 1년 4개월 만인 11월 30일 귀국했다. 곧장 용인 성직자묘역을 찾아 고 김수환 추기경과 고 정진석 추기경 묘소를 참배한 유 추기경은 “천국에 계신 두 분께 제가 추기경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꼭 도와주십사 기도드렸다”고 했다.
유 추기경은 “장관직을 수행하며 추기경에 서임된 올해는 특히 제게 모험이 계속된 나날이 많았다”며 “그럼에도 교황님께서는 귀국 직전 알현에서 ‘추기경님은 이제 새내기가 아니라, 교황청에 완전히 정착한 사람으로, 두루 많은 기여를 해주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처음 제가 교황청에 부임해 가니까 많은 분이 제게 ‘잘 왔다. 한국인 장관이 부임하면서 비로소 교황청이 세계 교회가 됐음을 새롭게 증명하게 됐다’고 했다”며 “앞으로 한국 교회에서 장관이 또 배출되고,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교황청에서 봉사할 기회를 더욱 갖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다리 역할을 계속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전 세계 사제ㆍ신학생ㆍ부제 양성과 교육, 성소 계발에 힘쓰고 있는 유 추기경은 “세계 곳곳에는 어려움 속에도 자신을 희생하며 양 떼를 돌보는 성인 같은 사제들이 많다”며 “사제들의 쇄신 없이는 교회가 쇄신할 수 없으며, 성직자부는 지적, 인성적, 영적, 사목적 양성을 위해 계속 노력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제는 공동체의 아버지이자, 자녀, 친구, 동료이다. 사제는 뒤처진 양 떼까지 돌보는 함께 걷는 여정에 임해야 한다”며 “성직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날 방법은 복음을 살고, 이웃과 사랑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 방북 성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교황님은 남과 북이 한 형제, 같은 언어를 쓰면서 70년을 나뉘어 지내는 것만큼 큰 슬픔을 바라볼 수 없다고 하셨다”며 “형제들이 같이 살길을 찾기 위해 북한에서 초청해달라고 공식적으로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최근 바티칸 시사회를 개최하며 개봉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영화 ‘탄생’도 언급하면서 “바티칸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 ‘한국 교회 만세!’를 외치고, 교황님께서도 배우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며 “영화를 통해 김대건 신부님과 한국 교회를 향한 관심이 이어져 가경자 최양업 신부님을 비롯한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시성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그 사이 새로 임명된 한국의 각 교구 새 주교들을 향해서는 “스타일이 다르시지만, 모두 좋은 분들”이라며 “주교님들께서 조화를 이루며 서로 함께 걸어가는 시노드 교회를 이루는 데에 앞장서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8일 대전교구 솔뫼성지에서 교구민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등 한 달간 정해진 일정과 휴가를 보낸 뒤 다음 달 3일 로마로 출국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