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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 세미나에서 정규형ㆍ김성희 부부가 자신들이 겪은 결혼 과정과 어려움,극복한 과정을 담담히 이야기하고 있다. |
“혼인과 출산에 대한 정부 정책은 확대되고 있지만 교회의
법과 교리는 오히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외면하는 규정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주교회의 가정과 생명 위원회(위원장 이성효 주교)가 5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코스트홀에서 개최한 2022년 정기 세미나에서 인천가톨릭대 생명윤리
교수 유성현 신부는 ‘혼인은 선물입니다’란 주제발표에서 “교회의 가르침은 신자들의
삶과 가까워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유 신부는 “남성과 여성이 이루는
가정은 젠더 가족 형태가 가능하도록 조금씩 변화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체외 수정과
인공 수정에 대한 조건과 정부의 재정 지원은 지속해서 상향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배아 감수술(선택적 유산)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됐고, 형법의 낙태죄는
폐지되었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또 “2006년 14만 8000명이었던 난임률은 2019년
23만 8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연평균 5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신부는
“다른 사람도 다 하고 있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는데도
그런 행위를 ‘죄’로 규정하는 교회의 모습은 혼인과 출산을 가로막는 종교적 장애로
보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혼인과 출산에 관해 국가처럼 모든
면에서 충분히 배려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지만 적어도 의료, 제도, 경제적 지원은
사람들과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삶은 정부 정책의 도움을 받고,
마음의 안정과 위로만 교회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신앙과 삶은 분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교회는 부부가 살아가는 현실의 삶을 돕는 의료 및
교육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그들의 삶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드러낼 수 있도록
영적인 쉼과 재충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형(이시돌)ㆍ김성희(리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이 사는 법’이라는 사례 발표에서 대학원생으로
결혼을 결심하고 결혼을 준비한 과정, 결혼 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부로
살아가는 과정을 담담히 소개했다. 정석(예로니모)ㆍ고유경(헬레나) 부부는 ‘혼인은
하느님의 바라심’을 통해 네 아이 중 둘째가 장애아로 태어나면서 겪게 된 부부와
가족 간의 갈등, 그리고 해법을 찾는 과정을 소개했다. 정씨는 젊은이들에게 “혼인
생활과 자녀 양육이라는 말이 너무 버겁다고 느끼지 말고 우선 한 걸음만 내디뎌
보라”고 조언했다.
앞서 이성효(수원교구 총대리) 주교는 개회사에서 “언제부터인가
교회는 자녀가 하느님 축복이란 말을 하지 않고 있다”며 “자녀를 하느님 축복이
아니라 짐으로 여기기까지 한다는 이 시대에 오늘 이 세미나가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작은 출발점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도 기자 raelly1@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