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주교대의원회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 발표, 내년 1~3월 대륙별 단계 시노드 모임
내년 1~3월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의 ‘대륙별 단계 시노드 모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교황청이 “시노달리타스 문화의 확산을 위해 지속적인 양성 작업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청과 친교, 환대의 기쁨을 체험하도록 한 시노드 정신이 교회에 뿌리내리도록 모두가 노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노달리타스 위한 양성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는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를 통해 “시노달리타스를 위한 양성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모든 차원이 엮여 있는 것이고, 인격적, 영성적, 신학적, 사회적 그리고 실천적 차원을 포함한 통합적 양성일 수밖에 없다”며 보편 교회가 ‘시노달리타스의 실현’을 향해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너의 천막 터를 넓혀라’(이사 54,2)란 제목의 이 문서는 각지의 주교회의들이 낸 핵심 의견들을 인용하면서 “시노달리타스 문화의 확산을 지원하는 지속적인 양성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는 지역 상황의 특성과 연결될 수 있어야 하며, 통합적 양성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교황청 주교대의원회의 사무처가 지난 10월 27일 발표하고,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에는 종교 갈등과 폭력, 바이러스 확산의 어려움 중에도 수많은 하느님 백성이 주님의 ‘천막’ 아래 모여 다양한 의견을 나눈 기록들이 새겨져 있다. 총 109항, A4 문서 40쪽 분량에 이른다. 「대륙별 단계 작업 문서」는 112개에 이르는 각국 주교회의와 15개 동방 가톨릭교회, 교황청 17개 부, 수도회 장상과 평신도 단체와 운동들, 1000개가 넘는 개인과 그룹 의견서를 종합한 시노드 중간 문서다. 주교회의는 최근 이 문서를 번역해 누리집(www.cbck.or.kr)에 게재했다.
문서는 “무엇보다 주님과의 친밀성, 그리고 성령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우리는 시노달리타스 영성을 길러야 하며, 그 영성은 내면성과 양심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 기초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시노달리타스 영성은 다름을 환대하고 조화를 발전시키는 영성일 수밖에 없다”며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공통 이해를 발전시키기 위한 성직자와 평신도 교육과 양성 프로그램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향해 확장하는 교회
문서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망라돼 있다. 지역 교회들은 시노드 여정을 통해 “(시노드가) 하느님 가족이 되는 법을 아는 교회를 꿈꾸는 소리들”(짐바브웨 주교회의)임을 깨달았으며, “교회의 참된 본성과 교구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방글라데시 주교회의)고 밝혔다. 환대와 경청, 대화와 친교, 식별을 함께 나눈 기쁨을 통해 “상처받았다고 느끼며 교회로부터 떠났던 신자들도 돌아왔다”(중앙아프리카공화국 주교회의)는 곳도 있다.
각국 주교회의는 교회가 지닌 구조적 장애들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위계적 구조, 사제와 평신도의 관계를 분열시키는 성직 중심 및 개인주의 문화 등 다양하다. 폴란드 주교회의는 “사제들이 듣지 않으려 할 때, 많은 활동을 핑계 삼을 때, 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없을 때, 평신도들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소외감이 생겨난다”며 “경청하지 않는다면, 신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응답은 맥락을 벗어나 그들이 겪는 문제의 본질을 다루지 못한 채 그저 공허한 윤리주의가 되어버린다”고 했다.
젊은이, 여성, 장애인, 재혼한 이들,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을 향한 교회 경청의 부족도 드러나 있다. 활동은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결정과 협치의 역할은 대부분 남성이 차지한다는 의견도 기재돼 있다. 문서는 “경청의 체험으로 많은 이가 포용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며 친교와 참여의 장소인 ‘천막’, 즉 교회의 울타리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집은 닫히는 문이 아니라 계속해서 확장되는 테두리를 갖는다.”(이탈리아 주교회의)
“다양함 가운데 일치를 살아가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세계 교회에 대한 하느님의 꿈을 우리는 이해한다.”(세계 남녀 수도회 장상 연합회)
문서는 “시노달리타스의 실천은 문화들 그리고 지역적 상황들과 연결되어야 한다”며 “교회는 시노달리타스의 제도적 모형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청, 대륙, 주교회의들이 시노달리타스 실현과 그 역동성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증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어 “시노드는 곧 우리가 함께 걷는 법, 그리고 하나의 빵을 쪼개기 위해 함께 앉는 법을 배우며, 그렇게 각자가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모두 문서를 참고할 것을 권했다.
제16차 세계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는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를 위하여 : 친교, 참여, 사명’을 주제로 지난 8월 15일까지 10개월간의 지역 교회 교구 단계 시노드 모임을 마쳤으며, 내년 1~3월 7개 대륙별 시노드 회의를 앞두고 있다.
한국 교회 시노드 대표단은 내년 2월 23~27일 태국 방콕대교구에서 열리는 ‘대륙별 시노드 회의’에 참석한다. 이들은 이 문서를 기초로 대화와 성찰, 식별한 뒤 3월 말까지 교황청에 최종 문서를 보내는 것으로 회의를 마무리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