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복자로 선포된 이탈리아 소년 디지털 사도로 살아온 덕행 널리 회자
▲ 미국에서 발간된 만화 「디지털 사도-카를로 아쿠티스와 성체성사」 표지. |
2년 전 복자로 선포된 이탈리아 소년 카를로 아티쿠스(1991~2006)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카를로는 인터넷을 통해 성체성사의 신비와 성모 발현 메시지 등을 전파하다 15살에 급성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한 ‘디지털 베이비’다.
복자의 명성은 해당 지역 교회를 뛰어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카를로의 명성은 이탈리아와 바티칸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짧지만 열정적이었던 복자의 일대기를 코믹하게 다룬 만화 「디지털 사도- 카를로 아티쿠스와 성체성사」가 출간됐다. 앞서 바티칸출판사도 그의 전기 「컴퓨터 공학에서 천국으로」를 내놨다. 이탈리아의 아시시-노체라 움브라-구알도 타디노 교구는 복자의 이름을 넣은 상을 제정했다. 가난한 지역에서 취약한 이들을 돌보는 젊은이들을 지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 국제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젊은이들을 만나거나 IT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카를로를 자주 언급한다. 2018년 주교 시노드 후속 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Christus Vivit)에서 “디지털 세상에서도 창의력과 천재성을 보여 주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카를로 아쿠티스가 그러합니다”라며 그의 영웅적 덕행을 상기시켰다. 그를 ‘인터넷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카를로는 2년 전 국내 공중파 TV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MBC ‘신비한 TV 서프라이즈’(941회)가 희소병을 앓는 브라질 소년이 카를로에게 전구를 청해 기적처럼 병이 나은 사연을 다뤘다.
15살 복자의 덕행이 이처럼 널리 회자되는 이유는 그가 ‘옆집의 성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곱슬머리 소년 카를로는 컴퓨터를 잘 다루고 게임을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탈리아 교회는 그의 시신을 아시시 성모대성당 성지에 안치하기 전에 일반 대중에 공개한 적이 있다. 그때 유리관 속 카를로는 운동복 차림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어디서나 쉽게 마주칠 수 있는 10대 소년 모습이었다.
카를로에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성체성사의 신비를 일찍 깨닫고 성체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카를로는 자신의 재능을 살려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그리고 성체성사의 신비, 묵주기도, 성모 발현 메시지 등을 전파하는 ‘디지털 사도’로 기쁘게 살았다. 또래 친구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주고, 모르는 게 있으면 본당 신부에게 달려가 물어보고 답글을 달아줬다. 또 시간이 날 때마다 수도회의 빈민사목 현장으로 달려가 가난한 이들을 만났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신앙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것을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했다. 그는 디지털 세상에서 만나는 친구들에게 명랑하고 친절한 선교사였다. 교황이 “디지털 세상에서 우리는 자기 몰입, 고립, 공허한 쾌락과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권고 「그리스도는 살아 계십니다」고 우려하면서 카를로를 바라보라고 권고한 이유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