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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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116)라인강의 홍수가 티베르강으로 흐를까?/ 로버트 미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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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잘못(혹은 장점)이다. 2019년 시작한 독일교회 ‘시노드의 길’을 맹렬하게 비난하는 이들도 또 열정적으로 지지하는 이들도 교황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교황청 입장에서는 하나도 수용할 수 없겠지만 독일 신자들이 3년 동안 신중하게 논의해 교회 쇄신 결의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허용했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나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절대 참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점은 모두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사제의 혼인 선택권, 교회 운영의 모든 단계에서 여성 참여, 성에 대한 교회 가르침의 종합적인 재고 등을 담은 독일교회의 쇄신 결의안에 동의하고 안 하고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지지 여부에는 별 차이가 없다. 말은 달리기 시작했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자신의 말이 모두 허언이었다는 인상을 남기지 않고 독일교회의 쇄신안을 무시할 수는 없게 됐다. 교황을 비롯한 모두가 이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교회 자체에 중대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이 독일 신자들뿐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교회 ‘안에서’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11월 14~18일 사도좌 정기방문을 위해 교황청을 찾은 독일 주교단에게 교회의 쇄신과 교회 안에서의 쇄신 사이의 차이에 주목하라고 경고했다. 사실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파롤린 추기경을 비롯한 교황청 관리들과는 달리 독일 주교단은 분명 구조적인 변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현재 교회의 구조는 교회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왕국과 같은 교회 구조는 구식이며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는 지속가능하지 않으며 복음을 선포하고 그리스도의 제자직을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된다.

아마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를 직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교황이 왜 시노달리타스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까? 교황도 모두와 마찬가지로 개인적으로 한계가 있겠지만 적어도 어리석지는 않다. 교황은 빠르게 맥을 짚을 줄 안다. 교황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어떤 변화를 원하는지 설명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10월 열린 아마존 시노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혼인 남성 사제서품을 교황이 거부했을 때 많은 이들이 실망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이 거부로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독일교회 시노드의 길을 비롯해 최근 전 세계에서 열린 세계주교시노드에서 사제 독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파롤린 추기경은 독일 주교단의 사도좌 정기방문 중 독일 주교단에게 폭주하는 기차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교황청 주교부 장관 마르크 우엘레 추기경은 내년 3월에 열리는 시노드의 길 마지막 회기를 유예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독일 주교회의 의장 게오르그 배칭 주교의 답은 정중하지만 단호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배칭 주교가 교황청의 관리들에게 맞서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교황청 관리들의 위협에 전혀 위축되지 않았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배칭 주교는 지난 11월 18일 우엘레 추기경과 교황청 신앙교리부 장관 루이스 라다리아 추기경이 참여한 가운데 로마에서 열린 시노드의 길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 배칭 주교는 연설에서 “교회는 성추문으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직자와 수도자, 평신도가 의사결정과 의사결정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사목활동으로 변화할 때만이 우리는 새로운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는 독일교회만의 문제가 아니고 모든 교회의 문제로, 우리는 이러한 어려움에 있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프란치스코 교황은 때로는 엇갈리는 신호를 보냈고 시노드의 길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교황은 이 시노드의 길에 개입해 멈추지는 않았다. 넉 달 뒤면 독일교회 시노드의 길은 마지막 회기를 연다. 분명 우엘레 추기경이 제안했던 것처럼 교황이 개입해 회기를 유예하길 바라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다른 지역에서도 이러한 개입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그리고 다시는 회복하기 어려운 악영향이 생길 수도 있다.

독일 가톨릭 신자들이 요구하는 교회의 쇄신 제안은 고분고분한 다른 지역교회도 같이 안고 있는 문제다. 내년 10월 로마에서 열리는 세계주교시노드 본회의까지의 시간 동안 많은 이들이 독일교회 시노드의 길이 요구하는 변화가 더 큰 탄력을 일으켜 나머지 교회로 퍼질지 지켜볼 것이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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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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