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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순의 교회, 세상의 혼처럼] 민주주의인 듯, 민주주의 아닌 시노달리타스

최현순 데레사(서강대 전인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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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달리타스의 여정은 3천년기 교회로부터 하느님이 기대하시는 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씀이다. 시노달리타스가 실현되지 않는다면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끊어진 길”이 된다고 한 어떤 신학자의 말처럼 사실 시노달리타스는 20세기에 열린 공의회가 선언한 교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고 꽃피우는 길이다.

한국 교회에서도 많은 목자와 신자들이 시노달리타스가 교회에 새로운 활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 속에는 ‘교회의 민주화’에 대한 것도 포함된 것 같다. 올 한해 시노드를 경험하면서 시노달리타스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감이 잡혀가는 이 시점에서 시노달리타스를 살아가는 교회의 모습을 다시 한번 짚어보는 것도 계속 이 길을 가기 위해 유용할 것 같다.

시노달리타스의 기초는 모든 구성원들의 동등한 품위이다. 예수님을 믿고 세례를 받아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라는 ‘새로운’ 신원을 받았고, 이 신원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고귀한 것이다. 목자이든 신자이든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같은 신앙을 고백하고, 같은 빵을 나눠 먹으며, 예수님 안에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으로 사랑을 하고, 영원한 생명에 대한 같은 희망을 갖는다. 따라서 모든 그리스도인은 근본적으로 형제애로 결합되어 있고,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선포하는 같은 사명을 수행한다. 이것이 동등한 품위를 가졌다는 말의 의미이다. 목자와 신자들은 각자 제 길에서 그리스도를 증언하고 진리에 봉사하며, 이러한 봉사에 있어 저마다 능동적인 주체이며 따라서 저마다 책임이 있다. 목자와 신자는 서로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진리를 증언하는 데 있어 공통의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시노달리타스는 민주주의와 매우 닮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노달리타스를 교회의 민주화로 여기는 것도 이해할만하다.

그런데 시노달리타스는 이 외에 더 생각할 것이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능동적 주체이지만 이들이 교회의 ‘주인공’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교회를 살게 하고 복음을 선포하게 하고 사람들이 예수님을 그리스도라 고백하게 하고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게 하는 이는 성령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주인공은 성령이시다. 우리는 성령의 이끄심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한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노달리타스 여정은 구성원들 외에 제3의 준거점을 요청한다. 목자와 신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지점이 있는데 바로 성령, 말씀, 성사, 하느님의 사랑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마치 삼각형처럼 인간들 사이의 관계 외에 하느님의 영역이 필요하다. 형제애로 연결된 공동체가 단순히 친목회가 아닌 참으로 하느님의 백성이기 위해서는 나와 너를, 우리가 하는 일들을 비추고 이끌고 해석하게 해주는 제3의 꼭짓점이 필요한 것이다. 시노달리타스 여정에서 중요한 경청과 식별은 이 준거점을 알아보는 과정이며 실행이란 이 준거점을 따라가는 것이다. 시노달리타스가 민주적 요소가 많음에도 민주주의와 동일시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것이다.

따라서 시노달리타스의 교회는 단순히 ‘아래로부터의 교회’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준거점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교회는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수평으로 등등, 다양한 방향으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교회이다. 목자와 신자들이 저마다 고유의 역할을 하고 서로의 품위를 존중하는 가운데 함께 동일한 준거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언어로 말하자면, 민주적 요소가 있으나,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이 시노달리타스이다. 시노달리타스는 단순히 의사 결정 과정이 아닌 교회의 삶 전체에서 일어나는 긴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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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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