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 천주교회는
▲ 한국 교회는 새해에도 시노드의 길을 계속해서 충실히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봉헌된 교구 단계 시노드 감사 미사로, 이 미사에서 시노드 참가자들이 봉헌한 교구 시노드 종합 문서와 4만 건의 시노드 의견, 본당 단위 종합 의견서, 52개 시노드 제안 종합 보고서가 제대 앞 왼쪽에 놓여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DB |
2023년 새해 계묘년, 전례력으로는 가해, 한국 교회는 또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새해 또한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복음화’를 향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열정과 방법, 표현에서 새로운 것이 필요하고, 이것이 바로 ‘새로운 복음화’의 골자다. 4년째 이어지는 코로나 19 팬데믹은 최근 들어 다소 잦아들었지만, 세계보건기구(WTO)는 코로나가 주기적으로, 지역적으로 계속해서 발병하는 엔데믹(Endemic)이 될 것 같다는 우울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교회는 포스트 코로나 이후 변화된 사회에 적응하고 쇄신하면서 복음 선포의 근본 사명을 실천하는 복음화의 여정을 멈출 수 없다. “믿는 이들에게 ‘출발’하도록 촉구하시는”(「복음의 기쁨」20항) 하느님을 기억하며 선교 정신으로 재무장하고 “일어나 가야”(요한 14,31) 한다. 이를 위해 전국 교구장 주교들이 발표한 2023년 사목교서를 통해 제시한 새해 한국 교회의 비전과 사목적 과제, 교회 안팎 현안에 대한 교회 차원의 고민과 대응, 나아가 보편 교회의 사목적, 선교적 흐름까지 살핀다.
포스트 코로나, 계속되는 ‘새로운 복음화’
지난 3년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은 지구촌에 거대한 변화의 파고를 일으켰다. 감염증의 전 세계적 확산과 함께 일상의 제약과 경제적 타격을 감내해야 했고, 신앙생활도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야 했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이 같은 상황에 갇혀 있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팬데믹 이후 변화된 사회에 대처하고 참다운 가치를 지향하는 사회로 바꿔가기 위해 교회가 먼저 변해야 한다”면서 “이제 우리 신앙생활도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도 “그동안의 충격이 너무나 컸기에 일상생활뿐 아니라 신앙생활도 예전 같은 활기를 찾기에 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신앙과 공동체 회복을 주문한다. 광주대교구장 옥현진 대주교는 코로나19의 여파 속에서도 서서히 ‘복음화를 위한 신앙의 기초를 다지는 교회’가 돼야 한다고 당부한다. 아울러 오는 2037년 교구 설정 100주년을 내다보며 전주교구장 김선태 주교는 ‘새로운 복음화’에 나섰고, 이를 위해 ‘하느님의 말씀’(2019년), ‘교회의 가르침’(2020년), ‘성찬례’(2021년), ‘기도생활’(2022년)에 이어 새해의 사목 방향은 ‘사랑 실천’에 뒀다.
시노드 후속 ‘시노드 교회의 모습으로’
2021년 10월부터 시작된 한국 교회의 교구 차원 시노드는 지난해 8월 교황청에 한국 교회 차원 종합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일단락됐고, 대륙별 시노드를 거쳐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는 2023년 10월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 총회를 2023년 10월과 2024년 10월에 두 차례 세션으로 나눠 열기로 함에 따라 세계주교시노드는 연장됐다.
이에 따라 한국 교회는 새해에도 시노드의 여정을 계속해서 충실히 걸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구대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시노달리타스의 삶에 방해되는 요소를 극복하면서 친교 영성을 드러낼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데 노력하자”고 권면했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도 “올해도 시노드의 길을 모두가 함께 걸어가면서 경청과 대화를 통해 우리 안에 함께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하는 시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당부한다. 문창우 주교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시노드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식별의 단계를 제안하고자 한다”면서 “식별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지만, 식별의 의미를 교구의 현실 안에서 ‘주님의 뜻을 찾아가는 소공동체’의 모습으로 전달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옥현진 대주교도 “시노달리타스를 일회성 행사가 아닌 우리 교구의 교회론이요 문화로 만들어가도록 노력하자”면서 △본당별 하느님 백성과의 대화 △젊은이에 대한 관심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과 실천 등을 주문했다.
말씀과 기도, 성사생활 등 기본에 충실하자
신앙의 기쁨을 되찾기 위한 시도도 계속된다.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신앙의 기본 신심을 늘 실천하고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생활을 습관화하며 △시노드의 길을 충실히 걸어가자고 권고한다.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도 은총의 원천인 성사생활의 회복을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신앙 성숙을 위한 성사생활과 일상의 기도생활이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수원교구장 이용훈 주교는 △일상 중심의 신앙 실천 △자기 주도적 신앙 실천 △통합 소통환경 구축 등을 2021∼2023년 사목 실천목표로 정해 매일 성경읽기와 묵상, 기도생활, 가정 성경 필사와 성지순례, 가정기도 등 신앙 프로그램에 함께할 것을 간곡히 권면한다.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는 “지난해 사목지침에서 우리가 선물로 받은 ‘신앙과 성체, 말씀’의 은총을 바탕으로 새해는 ‘친교와 말씀의 해’로 지내겠다”면서 △하느님과의 친교 △이웃과 친교 △세상과의 친교 △청소년의 해 준비 등을 실천사항으로 제시했다.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는 “신앙선조와 순교자들의 삶에서 배우고 믿음을 새롭게 함으로써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자”고 당부했다. 마산교구장 서리 신은근 신부는 “내적 쇄신이 나무라면, 기도생활은 뿌리”라며 매일 기도와 본당공동체 기도, 묵주기도에 충실할 것을 당부했다.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
생태적 회개를 통한 공동의 집 돌보기와 교회에서의 생태적 삶을 실현하기 위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동참은 한국 교회 전체의 공통 사목 과제다. 특히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우리는 무엇보다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와 사람들의 생태적 회개를 위해 끊임없기 기도해야겠다”면서 “‘생태적 악’에 대항하여 절제와 절약을 현대적 금욕생활의 수칙으로 삼아달라”고 호소했다. 이기헌 주교도 “지금 요청되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사목은 기후 위기와 생태환경 보호에 관한 것”이라고 잘라 말하고, 생태환경 보존과 개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춘천교구장 김주영 주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구 공동체에 말씀 살기와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살기를 재차 권고했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