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와 관구 망라하는 첫 법원… 성학대 등 신앙 위배 행위 다뤄
프랑스 주교회의가 교회 구성원들의 범죄와 위법 행위를 보다 엄정하게 다루기
위해 전국 법원을 설치했다.
가톨릭교회의 법원 체계는 교구 법원(1심)ㆍ관구 법원(2심)ㆍ사도좌 법원(3심)으로
이뤄져 있다. 교구와 관구를 망라하는 전국적 차원의 법원 설치는 프랑스 교회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주교회의는 “지역 교회 차원에서 이 같은 새로운 법적 체계를 수립한
곳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또 “전국 법원은 성직자와 평신도에 의한 성인 성학대
사건을 포함해 교회 일치와 신앙에 위배되는 행위를 주로 다룬다”며 “이는 국가
형법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성학대는 교회법상 ‘중대 범죄’에
속하기 때문에 사도좌 법원이 최종적인 사법권을 행사한다.
지난 5일 파리에서 봉헌된 전국 법원 설립 미사에서 선서한 재판관 13명 가운데
여성 4명을 포함해 5명이 평신도다. 향후 교구 법원은 혼인 무효 소송을, 전국 법원은
교회법이 정한 범죄 행위를 중점적으로 다루게 된다.
전국 법원 설치는 프랑스 가톨릭 성학대 독립조사위원회(CIASE)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CIASE는 지난 70년간의 교회 내 미성년자 성학대 피해를 대대적으로 조사해
지난해 10월 충격적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70년간
21만 6000명의 성학대 희생자가 발생했다. 아동 성학대 범죄에 연루된 성직자와 수도자는
약 3000명에 달한다. 프랑스 교회는 이 보고서를 접하고 한동안 충격에 휩싸였다.
CIASE 장 마르크 소베 위원장은 보고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수면에 드러난
일들이 때로는 불안정하고 낙담을 불러올 수 있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도 준다”며
프랑스 교회가 상처를 치유하고 거듭나기를 기원했다.
보고서를 받아든 주교회의가 ‘내 탓이오’를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이라고 강조했듯이, 전국 법원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