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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 선종] “모든 은총에 감사합니다… 여러분, 믿음을 굳게 지키십시오”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유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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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을 찾은 신자들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추모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교황청은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즉위한 뒤 1년 4개월 만인 2006년 8월 29일에 독일어로 직접 작성한 유언을 선종 당일 공개했다. 교황의 유언은 선종 후에 공개되는 관례에 따른 것이다. 다음은 영적 유언서(Spiritual Testament) 요약.


▲ 서울대교구 염수정 추기경과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를 비롯한 주교단이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성당에 차려진 베네딕토 16세 교황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서울대교구 홍보위원회 제공

▲ 2일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지하 성지 성당에 마련된 베네틱토 16세 교황 분향소를 찾은 신자들이 고인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 주한 교황대사관에 마련된 베네딕토 16세 교황 추모 공간에서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가 기도하고 있다.




나의 영적 유언서

인생의 늦은 시기에 내가 겪은 세월을 돌아볼 때, 내가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에게 삶을 주시고, 혼란스러운 여러 시기를 헤쳐나가도록 인도해주시며 모든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주님은 내가 미끄러질 때마다 항상 나를 품어주시고, 당신의 얼굴을 비춰주신다. 돌이켜보면 어둡고 힘겨운 여정조차 모두 나의 구원을 위한 것이었고, 하느님께서 나를 잘 인도해주신 것이 그 안에 있었음을 알게 된다.

어려운 시기에 나에게 생명을 주시고,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도 나를 위해 분명한 빛처럼 사랑으로 멋진 가정을 준비해준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아버지의 명료한 믿음은 자녀인 우리에게 신앙을 가르쳐줬고, 어머니의 깊은 헌신과 큰 선함은 내가 충분히 다 감사할 수 없는 유산이다. 누나는 수십 년 동안 나를 애정 어린 보살핌으로 도왔다. 이러한 선행과 동행이 없었다면 나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모든 생애에 걸쳐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많은 친구와 이웃,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감사드린다. 나의 아름다운 조국에도 감사드리며, 고국 사람들에게 감사한다. 그들 속에서 나는 믿음의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우리 땅이 믿음의 땅으로 남길 기도하며, 친애하는 독일 국민들이 믿음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제2의 고향이 된 이탈리아와 로마를 향해서도 특히 감사하다.

내가 어떤 식으로든 잘못한 모든 이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교회의 모든 이에게 말한다. 믿음을 굳게 지키십시오. 여러분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마십시오. 자연 과학과 역사적 연구는 종종 가톨릭 신앙과 상충하는 반박할 수 없는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듯 보인다. 나는 오래전부터 자연 과학의 변화를 경험했고, 반대로는 신앙에 반하는 확실성이 어떻게 사라졌는지 볼 수 있었고, 이는 과학이 아니라, 과학과 관련된 철학적 해석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다른 한편으로 자연과학과 대화하는 것 또한 믿음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내가 신학, 특히 성경과학(biblical science)이란 여정에 동참한 세월이 60년 됐다. 그리고 다른 세대가 거듭하면서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이론들이 단순한 가설로 무너지는 것을 목도했다. 그것은 자유주의 세대, 실존주의 세대, 마르크스주의 세대가 해당한다. 나는 이러한 얽힌 가정들 속에서 믿음의 온당함이 어떻게 다시 나타나는지 봤다.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며, 교회는 모든 부족함에도 진정으로 그의 몸이다.

마지막으로 겸손되이 요청한다. 나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그러면 주님께서 나의 모든 죄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영원한 거처로 맞이해 주실 것입니다. 내게 맡겨진 모든 이에게 날마다 나의 진심 어린 기도가 향할 것이다.



정리=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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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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