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님,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영원한 천상복락을 누리게 하소서.” 성 베드로 대성전을 찾은 조문객들이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조문하며 기도하고 있다. OSV |
|
▲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 |
|
▲ 베네딕토 16세 교황 문장 |
가톨릭교회의 큰 별이 졌다.
무신론과 세속주의에 맞서 ‘진리의 수호자’로 교회 가르침을 지키고 새로운 복음화에 앞장섰던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로마시각 12월 31일 오전 9시 34분(한국시각 오후 5시 34분) 바티칸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에서 선종했다. 향년 95세. 이날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는 전임 교황의 선종을 알리는 조종(弔鐘)이 울려 퍼졌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숨을 다하기 6시간 전인 새벽 3시경 이탈리아어로 “주님,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이 마지막 사투를 벌이며 자신의 생애를 집약한 이 말을 할 때 의료진이 곁에 있었다.
교황은 재임 시절 미리 작성한 유언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진실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시며, 교회는 모든 부족됨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그분의 몸”이라며 “믿음 안에 굳게 서야 한다”고 끝까지 주님을 따라야 하는 불변의 진리를 남겼다. 그러면서 “내가 어떤 식으로든 잘못한 모든 사람에게 온 마음을 다해 용서를 구한다”며 “주님께서 나의 모든 죄와 결점에도 불구하고 영원한 거처로 나를 맞이해 주실 것”이라고 남겼다.
2005년 교황에 즉위한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8년간 베드로 후계자로서 보편 교회를 이끌었으며, 2013년 스스로 사도좌에서 물러났다. 교황의 사임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598년 만의 일로 전 세계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지만, 이후 전임 교황이자, 명예 교황(Pope Emeritus)으로서 10년 동안 수도원에 머물며 지상 교회를 위해 묵묵히 기도해왔다. 또 때마다 후임인 프란치스코 교황과 조우하고 추기경단과 인사를 나누며 영적 조력자 역할을 다했다.
교황청은 선종 이틀 뒤인 1월 2일부터 사흘간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에 고인을 안치하고, 전 세계 신자들이 고인과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수많은 신자가 새해를 목전에 두고 전해진 전임 교황의 선종 소식을 접하고, 그를 추모하고자 첫날에만 조문객 6만여 명이 바티칸을 찾았다. 전 세계 지역 교회는 일제히 하느님 품에 안긴 교황을 위한 미사를 봉헌했다. 한국 교회도 교구별로 분향소를 설치하고, 장례 미사 당일인 5일 미사를 봉헌하며 전임 교황의 영원한 천상복락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세계 주요 지도자들도 성명을 내고 추모의 뜻을 표했다.
한국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애도 메시지를 통해 “한민족의 일치와 이산가족의 재결합을 위하여 기도해 주시고, 사도좌 정기 방문 때에는 보편 교회를 위한 한국인 선교사들과 평신도들의 헌신을 치하하시며 격려해 주셨음을 기억하며 깊이 감사드린다”며 “한국의 주교들과 모든 신자는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 성하께서 주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누리시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교황님의 사목 표어였던 ‘진리의 협력자’에서 알 수 있듯이 올바른 교리와 교회 정립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다”면서 추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교황 선종 당일 저녁 밤 미사 강론을 통해 “그는 고귀하고 겸손한 이였다. 오직 주님만이 그가 교회를 위해 바친 희생에 대해 중재하실 힘을 지니고 있다”며 “교회와 세상에 그분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그가 베푼 모든 선행과 더불어 그의 믿음과 기도를 통한 증언, 그리고 은퇴 후의 삶에 모두 감사드린다”면서 추모했다.
바티칸은 5일 오전 9시 30분(로마시각)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 주례로 베네딕토 16세 전임 교황의 장례 미사를 봉헌하고, 평생 주님과 교회를 위해 헌신한 그를 떠나보냈다. 장례 미사에는 한국 교회를 대표해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염수정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장 신우식 신부가 참여했다. CPBC 가톨릭평화방송TV도 한국시각 5일 오후 5시 20분부터 장례 미사를 동시 생중계했다. 고인은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무덤의 역대 교황들 옆에 안장됐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