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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개편된 교황청 조직도 |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사상 최초로 여성을 교황청 장관에 임명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어느 부서에서 첫 여성 장관이 탄생할지 관심을 쏠린다.
교황은 최근 스페인 일간지 ABC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에 관한 질문에 “2년 후 공석이 될 부서의 최고 책임자(장관) 자리에 여성을 앉힐 생각”이라며 “여성이 장관이 되는 데 장애는 없다”고 말했다. 여성 장관 임명이 구상 수준의 단계라면 ‘2년 후’라고 시점을 못 박아 공개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황청 조직은 지난해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에 따라 복음화부ㆍ신앙교리부ㆍ성직자부ㆍ평신도가정생명부 등 16개 부(Dicasteri)로 재편됐다.
이 가운데 여성 장관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부서는 평신도가정생명부와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교황이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성사적 성격(a sacramental nature)을 띤 부서는 주교나 추기경 등 성직자가 맡을 수밖에 없다. 신앙교리부ㆍ경신성사부ㆍ주교부ㆍ성직자부ㆍ동방교회부 등이 그런 부서다. 또 복음화부와 종교간대화부는 성사와 비성사적 성격의 중간쯤에 있는 부서로 분류된다.
이들 부서를 제외하면 애덕봉사부ㆍ평신도가정생명부ㆍ문화교육부ㆍ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ㆍ홍보부 정도가 남는다.
이들 부서 가운데 교황을 대신해 자선사업을 해나가는 애덕봉사부는 가능성이 낮다. 최근 우크라이나에 구호 물품을 실어나르느라 바쁜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올해 60세다. 교황청 장관 임기는 75세다. 장관은 75세에 사임서를 제출하지만, 관례적으로 2년 더 근무하고 물러난다.
문화교육부 장관 멘돈사 추기경(58)은 임명된 지 얼마 안 된다. 부서장 중 유일한 평신도인 홍보부 장관 파올로 루피니(67) 박사도 임기가 남았다.
이렇게 볼 때 교황이 염두에 둔 부서는 평신도가정생명부와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로 압축된다. 평신도가정생명부 장관 케빈 패럴 추기경은 76세로, 이미 사임 의사를 밝혔을 것으로 추측된다.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도 올해 77세다.
이 두 부서는 업무 성격상 역량을 갖춘 평신도가 이끌면 어떤 면에서 더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이다. 두 부서에는 이미 평신도와 여성 수도자가 차관보로 일하고 있어 비성직자 중심의 조직 운영이 낯설지 않다.
교황의 개혁 과제 중 하나는 평신도 위상을 끌어올려 덜 성직자 중심적인 교회를 만드는 것이다. 2013년 즉위 이후 홍보부 장관, 국무원 차관, 바티칸 박물관장,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장, 주교부 위원 등에 평신도(수도자 포함)를 기용한 것도 그런 개혁 의지에서 나온 결과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