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8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서종빈 평화칼럼] 하느님의 시간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보도국장)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가톨릭 신자들은 매년 연말과 연초 두 달여 만에 세 번의 새해를 맞는다. 전례력으로 첫 새해인 4주간의 대림 시기와 성탄을 지나 달력상 해가 바뀌는 두 번째 새해 1월 1일(양력설)을 맞았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새해는 22일 음력설(구정)로 이날은 연중 제3주일이며 하느님의 말씀 주일이다. 성경에 담겨 있는 하느님의 말씀은 우리 일상의 거울이고 나침반이다. 그 말씀을 거행하고 성찰하고 전파하는 것은 우리에게 주신 하느님의 축복이다.

세 번 맞는 새해에는 성찰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는 열망이 담겨 있다. 대림은 예수님을 기다리는 신앙인의 새해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는 시간이다. 양력설과 음력설은 우리의 일상을 새롭게 하고 새로운 삶과 도전을 설계하는 시간이다. 새해라는 시간이 되면 누구나 자신에게 되묻는 질문이 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삶이 있고 시간은 주어졌는데 가야 할 길은 늘 고민이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초침과 분침, 시침대로 멈추지 않고 흘러갈 뿐이다. 그러나 이는 정해 놓은 달력의 시간이다. 양(量)으로 계량되는 물리적인 시간 즉 크로노스(Chronos)이다. 질(質)로서 우리가 느끼는 상대적인 시간은 카이로스(Kairos)이다. 크로노스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객관적 시간이라면 카이로스는 사람들에게 각기 다른 의미로 적용되는 주관적 시간이다. 결국,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이를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하며 주님의 말씀대로 늘 깨어 무언가를 준비한다. 과거가 흘러오는 곳도, 미래가 시작되는 곳도 ‘오늘’ 현재이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간을 나누고 의지와 상관없이 생성과 소멸하지만, 창조주 하느님은 생성도 소멸도 없고 과거도 미래도 없다. 그분의 시간은 오지도 가지도 않고 오직 영원한 현재로만 계신다. 그분에겐 ‘오늘’만 있다. 찰나도 영원이고 영원도 찰나이다. “정녕 천 년도 당신 눈에는 지나간 어제 같고 야경의 한때와도 같습니다.”(시편 90,4) 시간을 창조한 하느님은 시간을 초월한 ‘영원’이지만 피조물인 인간에게 영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녕 저희의 모든 날이 당신의 노여움으로 없어져 가니 저희의 세월을 한숨처럼 보냅니다.”(시편 90,9) “저희의 햇수는 칠십 년 근력이 좋으면 팔십 년. 그 가운데 자랑거리라 해도 고생과 고통이며 어느새 지나쳐 버리니, 저희는 나는 듯 사라집니다.”(시편 90,10)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늘 공간과 함께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시간은 우리 앞에 언제나 열려 있는 지평의 표현”이지만 공간은 “제한된 현실(공간)을 살아가는 한계”라고 정의한다. 공간이 단절된 시간, 곧 순간의 한계 속에 고정된 세상이라면 공간은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 즉 지금 우리의 모습이다. 반면 시간은 태초부터 영원히 흐르는 강물이다. 시간은 흐르면서 매 순간 맞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 진전의 과정을 거친다. “공간을 지배하고 공간을 밝혀주며 쉬지 않고 확장해 결코 퇴행할 수 없는 사슬을 이루도록 엮어준다.”(223항) 그래서 교황은 “시간은 공간보다 위대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늘 바쁘게 산다. 이 일 저 일에 지쳐 있고 성과와 목표량에 치여 신음한다. 질병이 아닌 일이 때론 생존의 경계선에 있다. 2023년 세 번째 새해를 맞았다. 주님 앞에 결심하고 약속했지만 ‘작심삼일’, ‘작심한달’로 끝났다고 조급해 하거나 자학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다. 과거의 기억은 살리되 매달리지 말고 불확실한 미래가 두려워 떨 필요도 없다. 다시 한 번 희망을 품고 또 다짐하고 또 도전하자. 하느님의 시간은 늘 ‘오늘’이다. 오늘을 살아야 한다. 추락과 재기를 반복하며 오늘을 충실히 사는 것. ‘오늘’을 주신 주님의 은총에 보답하는 길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01-1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11. 28

시편 145장 19절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의 뜻을 채우시고 그들의 애원을 들으시어 구해 주신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