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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를 ‘교회 학자’로 선포해 달라”

교회에 큰 가르침 준 이들에 대한 영예로운 호칭… 신자들 청원으로 38번째 교회 학자 탄생할지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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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토 16세 장례 기간에 등장한 대형 현수막. 신자들은 베네딕토 16세가 ‘즉시 성인으로(Santo Subito)’ 선포되어 ‘교회 학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현수막에 새겨 펼쳐 보였다. 바티칸 시티=OSV



6일 주님 공현 대축일(한국은 8일),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삼종기도를 바치기 위해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군중 일부가 대형 현수막을 펼쳐 보였다. ‘베네딕토 16세를 교회 학자’로 선포해 달라는 청원을 적은 현수막이다.

이탈리아 전 제노바대교구장 안젤로 바냐스코 추기경도 베네딕토 16세 교황 장례 미사 당일(5일) 텔레파체(Telepace)와의 인터뷰에서 “고인은 마지막까지 교회와 세상에 봉사한 믿음과 지성의 사람”이라며 “가능한 빨리 교회 학자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회 박사(doctor ecclesiae)라고도 불리는 교회 학자는 깊은 학문과 교리적 정통성으로 교회에 큰 가르침을 준 이들에 대한 영예로운 호칭이다. 요즘처럼 전문 분야 연구를 통해 학문적 위상을 인정받는 박사가 아니다.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교회 학자는 37명이 탄생했다.

첫 번째 교회 학자는 서방 교회와 동방 교회에서 각각 4명씩 8명이 탄생했다. 서방 교회는 1298년 예로니모ㆍ아우구스티노ㆍ암브로시오ㆍ그레고리오 1세 대교황을 처음 교회 학자로 선포했다. 이들은 ‘전통 라틴 교부 4인방’으로 불린다.

동방 교회의 첫 번째 교회 학자는 요한 크리소스토모ㆍ대 바실리오ㆍ나치안즈의 그레고리오ㆍ아타나시오다. 비오 5세 교황은 1568년 이들을 교회 학자로 승인하면서 토마스 아퀴나스도 같은 반열에 올렸다. 나머지는 모두 종교개혁 이후에 선포됐다. 식스토 5세 교황이 1588년 보나벤투라를 추가한 후 교회 학자는 오랫동안 10명에 불과했다.

레오 1세 교황·알폰소 리구오리·프란치스코 살레시오·십자가의 요한ㆍ파도바의 안토니오 등 널리 알려진 성인들은 대부분 19~20세기에 학자로 선포됐다. 아빌라의 대 데레사와 시에나의 카타리나는 1970년에 학자가 됐다.

가장 최근에 탄생한 교회 학자는 2012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선포한 빙엔의 힐데가르트와 아빌라의 성 요한이다. 베네딕토 16세는 교회 학자의 의미와 자격 요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신학자였기에 대상자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그럼 베네딕토 16세는 광장에서 현수막을 펼친 이들의 바람대로 교회 학자로 선포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당분간은 어렵다.

기존 학자들에서 보듯, 그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오랫동안 존경을 받아오다 학자라는 영예를 안았다. 교회법에 관련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자가 되려면 먼저 성인 반열에 들어야 한다.

또 심오한 지식과 덕망으로 큰 영향력을 미친 ‘교회의 교사’로서의 업적도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해 바냐스코 추기경은 베네딕토 16세가 수년간 이어진 「가톨릭교회 교리서」 편찬 작업을 주도한 업적을 들었다. 베네딕토 16세의 저서만도 60권이 넘는다. 학술 논문은 1000건에 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장례 미사 하루 전 “베네딕토 16세는 교리 교육의 위대한 스승이었다”며 교사이자 학자로서의 위업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교회 박사는 교황이 선포하더라도, 추기경단을 비롯한 하느님 백성의 지지와 열망이 없으면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

지난 5일 베네딕토 16세 장례 미사 고별식에서 일부 참여자가 “산토 수비토!(Santo Subito, 즉시 성인으로!)”라고 외쳤다. 이런 외침이 시복시성과 38번째 교회 학자 탄생의 첫걸음이 될지는 시간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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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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