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역정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온 이탈리아 ‘희망과 사랑의 선교회’ 설립자 비아조 콘테(Biagio Conte, 사진)가 12일 암 투병 끝에 선종했다. 향년 59세.
이탈리아 남부 팔레르모의 유복한 가정에서 성장한 그는 26살에 모든 것을 버리고 숲에 들어가 은수자로 살아가다 성 프란치스코의 영성에 매료돼 가난한 이들 속으로 뛰어든 평신도 선교사다.
그는 범죄가 들끓고 물질주의에 빠져 있는 팔레르모를 떠날 때만 해도 “두 번 다시 고향에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우연히 성 프란치스코를 알게 된 후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하고 노숙인들이 모여있는 팔레르모 기차역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설립한 공동체가 희망과 사랑의 선교회다. 그는 자서전에서 “노숙인들이 나보다 못하다거나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형제자매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그런 마음으로 노숙인들을 씻기고, 그들과 둘러앉아 빵을 나눴다.
그는 선교회뿐만 아니라 ‘여성 환대의 집’과 ‘가난한 이들의 희망의 요새’도 만들어 사회에서 버림받고 거부당한 이들을 끌어안았다. 현재 노숙인과 난민 600명 이상이 시칠리아 내 센터 10곳에서 생활하며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