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 결과, 5명 중 1명 차별 겪어
“아 짜증나, 북한 사람이랑 같이 면접 봤어.”
2013년 12월 남한에 온 북한이탈주민 박주명(가명, 43)씨는 이듬해 대학교 입학시험을 보면서 면접장에서 귀를 의심했다. “2014년에 대학교 면접을 보러 갔을 땐데 재외국민 전형이었어요. 같이 면접 봤던 한 학생이 ‘나 북한 사람 봤다’고 했는데 제 앞에서 ‘아 짜증이 난다’고 하는 걸 들었어요.” 남한에서 북한이탈주민이 혜택을 받는 만큼 대학교 입시에서도 가산점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박씨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우울증을 겪고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었다. “차별이나 시선은 당연히 있는 것 같아요. 북한 말투 때문에 소외감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지나가는 이야기라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씨는 “너무 오랜 시간 좋지 않은 시선을 느꼈다”며 “비록 개인적인 문제였지만 저에게는 너무 큰 문제였다”고 고백했다.
전수진(가명, 40)씨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전씨는 2018년 7월 남한에 와 초등학생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전씨는 4년이 넘는 시간 남한에서 살면서 “문화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저 자신이 ‘나는 탈북민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자란 환경이 다르다 보니 남한 사람들이 하는 말을 잘 못 알아들으니까 대화도 잘 안 통하고 그랬죠.” 전씨는 “남한에 와서 많은 것을 경험해야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데 경험을 하는 것은 결국 비용의 문제로 이어진다”며 “그렇다 보니 많은 경험을 할 수 없고 결국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먼저 온 북한이탈주민에게 듣는 이야기들이 있다. 주위에는 살기 좋고 편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살기가 힘들고 모든 것이 다 돈이고 남한 사람들이 어떻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그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남북하나재단이 북한이탈주민 21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북한이탈주민 사회통합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년간 북한이탈주민 19.5는 차별과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과 무시를 당한 이유를 보면 ‘말투, 생활방식, 태도 등 문화적 소통방식이 달라서’라는 응답이 75를 차지했다. 이어 ‘남한 사람이 북한이탈주민의 존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어서’라는 응답이 44.2, ‘전문적 지식과 기술 등에 있어 남한 사람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되어서’라는 응답이 20.4로 뒤를 이었다.
또한 10명 중 1명에 해당하는 11.9는 자살 충동 경험이 있다고 답했는데, 그 이유를 보면 ‘신체적·정신적 질환, 장애 때문’이라는 응답이 32.7를 차지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응답도 22.4로 나타났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외로움, 고독’이라는 응답이 28.6로 가장 높았고, 여성은 ‘신체적·정신적 질환, 장애 때문’이라는 응답이 34.4로 1위를 차지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김성경 교수는 “우리 사회는 굉장히 이념적이다. 이념에 따라 북한이탈주민에게 우호적으로 했다가도 다시 색안경을 쓰기도 한다”며 “시선의 이중성이 북한이탈주민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이 현재 3만 명이 넘는다”며 “북한이탈주민과 같이 소외당하는 사람은 우리 사회에도 많지만, 도대체 왜 우리는 북한이탈주민을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 봐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