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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미얀마 성모승천성당이 1월 15일 정부군의 방화로 잿더미가 됐다. UCAN 캡쳐 |
미얀마 군부가 또 성당과 수녀원에 불을 지르는 등 그리스도교에 대한 만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군이 1월 15일 만달레이대교구 내 찬 타르 마을에 있는 성모승천성당과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 수녀원을 방화했다고 교황청 전교기구 기관지 ‘피데스’가 전했다.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세운 성모승천성당은 역사가 130년 가까이 되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군부는 지난해 9월에도 찬 타르 마을이 속한 사가잉 민간인 거주지역에 공습을 감행해 최소 11명의 어린이가 숨졌다.
2021년 2월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저항 세력이 있다고 의심되는 곳이면 종교시설과 민간인 지역을 가리지 않고 파괴하고 있다. 군부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를 저항 조직인 시민방위군(PDF)의 거점으로 간주하고 있다.
군부의 위협을 받고 피신한 리타 수녀는 “군인들이 마을에 들어가 학교와 교회 같은 건물에 주둔하면서 무장 세력을 색출하기 위해 집들을 샅샅이 수색하고 있다”며 “우리 성당에서 사흘간 머물렀던 군인들이 철수하면서 성당과 수녀원에 불을 질렀다”고 알려왔다. 찬 타르 출신인 요셉 신부는 “군부는 통제력을 잃은 채 온갖 범죄와 학대, 악행을 저지르는 무장집단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만달레이대교구장 마르코 틴 윈 대주교는 “성당이 파괴됐으나 성체조배실은 화마를 피했다는 사실이 신자들을 위로한다”며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을 알기에 희망을 잃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대교구 관할지의 절반이 정부군과 저항군의 교전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현재 5개 성당에 마련된 센터에서 집을 잃고 떠도는 난민 수천 명을 돕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곤대교구장 찰스 마웅 보 추기경을 비롯한 고위 성직자들은 1월 20일 발표한 공개서한에서 “왜 이 신성한 장소들이 공격받고 파괴되는가”라고 탄식하며 “헤이그 조약에 따라 예배와 교육, 치료 시설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미얀마 16개 교구 가운데 만달레이와 롸잉꼬 등 5개 교구가 정부군과 저항 조직이 무력 충돌에 영향을 받고 있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