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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순의 교회, 세상의 혼처럼] 위로부터? 아래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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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교회 신자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될 때가 있다. 외국에서 그 나라 말을 전혀 모르는데도 미사 전례에 참여할 때, 로마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되는 미사에 저마다 다른 언어와 습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성찬례에 참여할 때 그렇다. 하나의 신앙, 하나의 성찬례, 하나인 교회를 체험할 수 있다.

한편, 같은 가톨릭교회지만 서로 너무 다르다는 것도 체험한다. 유럽 교회와 아시아 교회가 다르고, 같은 아시아인데도 각 나라에서 가톨릭교회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나 달라 대처 방법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로는 “하나의 솔루션, 하나의 답”이 가능한지 묻게 된다.

지금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핫이슈는 시노달리타스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주님께서 3천년기 교회로부터 기대하시는 길이라고 말씀하셨고, 이후 시노달리타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 교회가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이것에 응답하는 방식은 각 나라마다 다를 것이다.

프랑스 신학자 이브 콩가르는 2000년 동안 교회가 계속해서 개혁을 시도했었고, 그 대부분은 “아래로부터”, “변두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신자들, 수도자들, 성직자들 편에서 구체적인 삶의 변화를 통해 시작된 변화가 “위로부터의 움직임”, 즉 공의회처럼 교도권과 만났을 때 교회의 개혁은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위로부터” 시작되었으면 “아래로부터의 움직임”과 만났을 때 성공했다.

시노달리타스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방향 위에 있는 것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그리고 ‘교황청 시노드’가 주축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는 면에서 그리고 계속해서 지역 교회에서 무언가를 하고 의견서를 내야 한다는 면에서 “위로부터”의 특성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어쩌면 이 때문에 지역 교회에서는 일종의 피로감을 호소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너무나 귀한 동기와 열매들이 있다. 애초에 본당, 교구, 국가 등 각 지역 교회에서 시노드 개최를 통해 하느님 백성의 소리를 듣고자 했던 것 자체가 주교시노드가 목자들만의 회의가 아니라 그 주제 자체를 하느님 백성으로부터 즉 ‘아래로부터’ 들은 것에서 취함으로써 하느님 백성 전체의 회의가 되게 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시노드를 통해 하느님 백성이 얼마나 큰 기쁨과 위로, 희망을 체험했는가는 ‘대륙별 작업문서’에 잘 나타나 있다. ‘자극’이 ‘위로부터’ 오긴 했지만, 이로 인해 하느님 백성 속에 있는 다양하고 생생한 소리들, 희망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물론 어떤 소리는 보편 교회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다양한 교회 공동체 안에서 나온 여러 소리는 그 공동체 고유의 보화이다. 우리가 속한 삶의 자리, 한국 사회, 교구, 본당, 각 공동체에서 이 소리를 기초로 우리 고유의 공동체 모습을 만들어가고 발전시키는 일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외부의 자극에 그저 반응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그것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 자극으로 인해 우리가 발견한 진리가 옳다면 말이다.

분명한 것은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교회란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하느님 자녀로서의 동등한 품위를 누리며, 형제애로 연결되고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함께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교회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은 본래 가톨릭교회의 정신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오면 어떻고 아래로부터 오면 어떤가? 귀하고 필요한 것이라면 우리 것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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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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