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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떠난 여동생 유산 20억 2000만 원 ‘희망의 빛’으로

김성주 대표, 동생 김계숙씨 유산을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마뗄암재단 말기 암환자 쉼터 건립에 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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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돌봄 쉼터 마련을 위해 마뗄암재단에 동생 김계숙(가브리엘라)씨 이름으로 기부한 김성주(가운데) 대표가 재단 관계자들과 기부 증서를 들고 있다.



임종을 앞둔 암환자들에게 희망의 빛이 선사됐다.

의료 혜택에서 소외되고 가난한 암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마뗄암재단. 평생 모은 재산을 말기 암환자들을 위해 마뗄암재단에 기부한 특별한 사연의 남매가 있다. (주)에스제이아이엔씨 김성주(베드로) 대표이사와 여동생 김계숙(가브리엘라)씨가 그 주인공이다.

기부금 전달식은 2월 6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서 열렸다. 하지만 전달식에 여동생은 보이지 않았다. 김계숙씨는 지난해 8월 난소암 말기 진단을 받고 2주 만에 하느님 곁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동생을 회상할 때마다 연신 눈물을 훔치며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너무 검소했습니다. 본인을 위해서는 전혀 쓰지 않았어요. 옷도 안 사고 화장도 안 하고 다녔죠. 제가 더 많이 연락하고 돌봤어야 했는데…”

김 대표는 4남매 중 첫째, 김씨는 막내였다. 김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까지 다녀올 만큼 인재였지만 혼기를 놓쳐 자그마한 아파트에서 평생 홀로 지냈다. 김 대표는 부모의 마음으로 그런 여동생을 늘 딱하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아 집을 방문했을 때 김씨는 화장실에 쓰러져 있었다.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해 목숨은 건졌지만, 치료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여동생을 진료한 의사는 평소 김 대표와 각별한 사이였지만 그날은 왜 이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했냐고 김 대표를 심하게 나무랐다.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으니 마지막을 편안하게 보내주자고 하더군요. 저는 끝까지 치료해야 한다고 펄쩍 뛰었습니다. 그렇게 여동생은 온몸에 주삿바늘이 꽃인 채 마지막을 맞이했습니다.”

그날 이후 김 대표는 여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말기 암환자들을 위한 지원에 나서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동시에 여동생의 재산을 정리하면서 거액의 돈을 모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지체하지 않고 다른 형제들을 설득했다. 이 돈은 좋은 곳에 써야 한다고.

마침 마뗄암재단도 ‘말기 암환자를 위한 돌봄 쉼터’를 짓기 위해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마뗄암재단 사무국장 이영숙(베드로) 수녀는 “임종을 앞둔 암환자들은 하느님 은총이 가장 필요하지만, 이들이 마음 놓고 지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며 “마지막 순간 하느님 은총으로 치유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달라고 매일같이 기도했다”고 말했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임종을 지켰고, 700명이 넘는 이들에게 대세를 준 이 수녀는 누구보다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간절한 기도가 하느님께 다다랐을까. 김 대표는 수소문 끝에 마뗄암재단을 알게 됐고, 동생이 평생 아껴 모은 20억 2000만 원을 말기 암환자를 위한 돌봄 쉼터 마련에 기부하기로 했다. 거기다 김 대표 본인도 매년 2억씩 5년간 기부하기로 했다. 쉼터 이름은 김씨 세례명을 따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으로 정했고, 2026년 축성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원래 기부천사로 유명하다. 그는 30군데 이상 기부하며 여러 곳에서 표창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지금껏 한 기부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동생 이름으로 하는 이번 기부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없이 고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종을 준비하는 환자들이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러면 동생에게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희망했다.

전달식을 진행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부총장 장경혜(마르타) 수녀는 “천국에서 가브리엘라 자매를 우리에게 보내준 것 같다”며 “가브리엘라 천사의 집은 하느님 사랑의 은총을 체험하며 천국으로 가는 지상의 마지막 안식처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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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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