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 그리스도인들이 2010년 아시아 비비 석방 촉구 시위 현장에서 신성모독죄 폐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OSV |
성난 군중이 신성모독 혐의로 경찰서에 구금된 남성 와리스 알리(20)를 끌어내
집단 구타한 뒤 불태워 살해한 사건이 11일 펀자브주 사히브에서 발생했다고 아시아
가톨릭 통신(UCAN)이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경찰이 군중에 둘러싸인 그를 구출했다고
보도했지만, 라호르에서 활동하는 UCAN 기자는 “폭도들에게 살해됐다”고 전했다.
와리스 알리는 이슬람 경전 쿠란에 전 부인의 사진을 붙이고 흑마술을 부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슬람교가 국교인 파키스탄에서 예언자 무함마드나 쿠란을 모독하는
행위는 사형에 처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하지만 피의자가 법의 심판을 받기도 전에
주민들이 피의자를 찾아내 폭행하고 불태워 죽이는 끔찍한 사건이 자주 일어난다.
지난해에도 펀자브주에서 쿠란을 훼손한 정신질환자가 군중의 돌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죽임을 당한 사람이
90여 명에 달한다. 신성모독죄로 사형 선고를 받고 8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던 가톨릭
신자 아시아 비비(Asia Bibi)는 국제 사회의 구명 운동 덕에 2019년 가까스로 풀려났다.
경찰은 현재 집단 린치에 가담한 60여 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총리실 직속
종교간화합 특별대표 하피즈 아슈라피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폭도들의 공격”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앙의 옷을 입은 문맹자들이 설교자가
되어 제 생각을 믿음인양 전파하고 있다”며 극단주의자들의 선동에 넘어가 폭도로
돌변하는 주민들을 비난했다.
UCAN은 “지금도 도로의 전봇대마다 ‘죄인에게는 용서가 있지만, 알라의 예언자(무함마드)를 배반한 사람에게는 용서가 없다’고 적힌 TLP 홍보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있다”고 전했다. TLP는 이슬람 극단주의 정당이다.
김원철 기자 wckim@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