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시기 동안 회개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갖자
“숨겨진 잘못에서 저를 깨끗이 해 주소서.”(시편 19,13)
은총의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사순 시기를 은총의 시기라고 하는 이유는 우리의 신앙의 핵심인 예수님의 부활을 준비하고 체험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수난에서 죽음, 그리고 부활에 이르는 여정을 예수님과 함께 걸어가면서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목숨까지 내어놓으시는 하느님의 크나큰 자비와 사랑에 동참하게 됩니다. 이런 사순 시기의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회개의 삶입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수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기 위하여 나 자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께로 향해 있는지 성찰하는 것이 곧 회개입니다. 사순 시기 동안 부활의 신비를 더욱 깊이 느끼기 위해 우리 삶이 하느님께 향하고 있는지 성찰하는 은혜로운 시간을 가집시다.
많은 사람은 자신들이 죄가 없다고 말합니다. 또한 내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 주변 이들로 인하여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나는 옳고 상대는 무조건 틀리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양심과 영혼에 대한 책임감이 점차 식어가고 무감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판공성사를 볼 때도 특별한 죄가 없는데, 꼭 성사를 봐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비극은 하느님 앞에 자신의 처지가 어떤지를 모르는 데서 시작됩니다. 내가 하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어떤지를 스스로 성찰하지 않기 때문에, 양심이 무감각한 삶으로 변화되어 가고 자기 스스로를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처지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양심의 무감각은 점차 이웃과의 괴리로, 공동체와의 괴리를 낳게 됩니다. 어느 순간 자신 홀로 남아있는 고독 속에 있게 되며, 아무도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말하는 고통 속에 살게 됩니다. 이렇게 죄로 향하는 과정은 영혼의 문제뿐 아니라 우리가 소홀히 하는 환경문제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환경에 대해 우리는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성찰하지 않습니다. 기후가 위기에 처해 있다지만 나의 편의만을 생각하고,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나브로 진행되는 환경파괴는 더욱 우리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그에 대한 감각이 없습니다.
회개는 하느님께로 향하는 것이자, 하느님 앞에 내가 누구인지를 성찰하는 일입니다. 하느님 앞에 나 스스로 숨겨놓은 나 자신의 속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는 일이며, 어둠처럼 나를 휘감고 있는 사슬을 벗어버리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이 사순 시기를 보내면서 ‘숨겨진 잘못에서’ 우리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하느님께 다가서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예수님과 함께 수난과 죽음에 이르는 여정을 힘차게 걸어 부활의 기쁨을 체험하도록 합시다. 여러분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을 깊이 체험하는 사순 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