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성년자 성범죄를 비롯한 아동 학대 문제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단호하게 대응해왔죠.
'학대' 문제를 둘러싼 교황의 최근 발언은 아동학대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윤재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3월 기도지향은 학대 피해자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교황은 먼저 "그 어떤 유형의 학대라도 교회가 학대의 비극을 숨기려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학대가 가정, 동아리 혹은 다른 여러 기관에서 발생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와 가정이 학대 문제를 드러내고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회가 모범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교회는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심리적으로 동행하며 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교황은 이미 4년 전 약자들을 학대에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자의교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성년자와 상처받기 쉬운 이들의 보호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자의교서는 교황청 내에서 일어나는 미성년자 학대와 착취를 금지하는 법안과 세부 지침을 담고 있습니다.
성적 학대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우리나라 돈으로 최대 600만 원의 벌금과 징역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또 피해자를 위한 치료와 사회적응을 돕는 특별사무소를 설치해 피해자 가족을 지원하도록 했습니다.
교황이 3월 기도지향에서 학대 피해자들을 기억하자고 초대한 건 사회와 가정, 교회에서 발생하는 학대 피해가 여전히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읽힙니다.
교회 구성원들이 저지른 학대 사건에 대응하는 데 있어 용서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피해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그런 배경에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용서를 청하는 건 피해자들을 위한 일입니다. 모든 사안의 중심에 피해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교황의 이런 언급은 한국 사회 전반에 드리운 아동학대에 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눈에 띄는 지표는 아동학대 피해 경험률입니다.
아동학대 피해 건수는 지난 2021년 기준 어린이 10만 명당 연간 500건을 넘어섰습니다.
역대 최고치로 한 해 전보다 100명 이상 급증한 수치입니다.
이는 코로나19 등으로 사회안전망이 느슨해지면서 '돌봄 공백'으로 이어지며 아동에 피해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2021년 3월 이른바 정인이법 시행에 따라 처벌이 강화되면서 신고 사례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약자인 피해 아동의 단순한 분리 조치에 그칠 게 아니라 원인 분석을 통한 예방 사업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합니다.
<신의진 / 연세대 의과대학 소아정신과 교수>
"(정책에) 아동학대 예방에 관한 법은 없습니다. 아동학대는 예방을 해야 될 부분이지 가해자를 처벌하고 아이들을 부모랑 떼어놓고 하는 이 과정으로만 만족하면 결코 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정부와 사회뿐 아니라 교회도 학대 피해자 예방과 치유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피해자들의 고통과 심리적 상처는 그들이 구체적인 응답을 듣게 될 때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겪은 끔찍한 일을 어루만지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쓰는 구체적인 조치 말입니다."
CPBC 윤재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