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기에르 주교·김수환 추기경·방유룡 신부… 한국 교회 영적 성장 기대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에 대한 시복시성을 추진한다.
교구 시복시성위원회(위원장 구요비 주교)는 23일 오후 3시 서울 명동 교구청에서 제11차 시복시성위원회를 열고, 교구사에서 크나큰 업적을 남긴 세 명의 성직자에 대한 시복시성 추진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앞으로 시복시성을 위한 교구의 본격적인 자료 조사 등 공적인 교회적 노력과 더불어 교구민 전체가 시복시성 및 현양 운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그간 교회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온 브뤼기에르 주교와 김수환 추기경, 방유룡 신부의 시복시성 추진 문제에 대해 오랜 기간 숙고하며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청취해왔다.
신자들과 단체들의 다양한 건의 내용을 바탕으로 후보자들의 성덕과 관련한 명성, 곧 덕행의 영웅성과 명성의 지속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한국 교회와 신자들, 수도회와 회원들의 영적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복시성 추진을 결심했다.
서울대교구 역사의 시작을 쓴 성직자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는 사전에 주교회의의 추진 동의가 필요했다. 조선왕조 시대의 모든 순교자와 증거자에 대한 시복 추진 권한은 주교회의에 있었던 까닭이다. 주교회의는 2022년 10월 21일 가을 정기총회에서 서울대교구가 자체적으로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을 추진하는 것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이는 2031년 조선교구 설정 200주년과 2035년 브뤼기에르 선종 200주년을 앞두고 진행하는 현양 사업으로 서울대교구가 시복에 필요한 전반적인 과정을 맡는다.
브뤼기에르 주교 시복 추진에는 교황청 시성부의 시복 재판 관할권 이전에 대한 승인도 필요했다. 브뤼기에르 주교가 조선에 입국하지 못하고 중국 땅에서 선종했기 때문에 선종 장소라는 속지법에 따른 관할권이 중국 교구에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청도 이 사안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검토한 끝에 2023년 1월 12일 관할권 이전을 승인했다.
바르톨로메오 브뤼기에르 주교(1792~1835)는 초대 조선대목구장으로, 서울대교구 역사의 시작을 쓴 성직자다. 조선왕조 당시 박해로 고통받던 교회 지도자들은 첫 중국인 선교사 주문모 신부가 순교하자 교황청에 성직자 파견을 요청했고, 교황청에서는 1831년 조선대목구를 설정하며 브뤼기에르 주교를 초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했다. 하지만 당시 선교활동이 금지됐던 중국을 관통하는 데 3년이 소요되면서 아쉽게도 조선 입국을 목전에 두고 병고로 마가자 교우촌에서 선종했다.
가장 존경받는 성직자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은 1968년 제11대 서울대교구장에 착좌한 후 1998년 퇴임까지 30년간 교구장으로 사목했다.
개인적 덕행의 모범, 한국 교회의 성장과 위상을 높인 공헌, 인권과 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헌신 등으로 많은 이의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리스도교적 사상의 토대인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연민을 바탕으로 특히 가장 낮은 사람을 또 하나의 그리스도처럼 대함으로써 그리스도교적 사랑의 전형을 모범으로 보여줘 지금까지 가장 존경받는 성직자로 꼽힌다.
한국 순교자 영성 녹인 수도회 창설
방유룡 신부(1900~1986)는 한국순교복자 가족 수도회의 창설자로, 수녀회(1946년), 성직수도회(1953년), 재속회(1957년), 빨마수녀회(1962년)를 설립했다.
방 신부는 한국 순교자들에게 영감을 얻어 가톨릭 신앙을 동양적 정서 속에 녹여낸 고유한 수도 영성을 만들었으며, 한국순교복자 가족 수도회는 이를 바탕으로 순교자 현양 사업에 앞장서 왔다.
그 결과 79위 복자(1925년 시복) 이후 24위 복자(1968년), 103위 성인(1984년), 124위 복자(2004년) 탄생 등 시복시성의 밑거름이 됐다.
도재진 기자 djj1213@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