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교회는 원주민과 젊은이들, 소외된 사람들, 사회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이 교회에서 조용히 대거 빠져나갔다(silent exodus).”멕시코 교회가 통절한 자기반성을 담은 ‘종합 의견서’를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중간 단계인 라틴아메리카 대륙회의에 제출했다. 주교회의가 작성한 종합 의견서는 대륙회의가 질의한 내용에 대한 각 교구의 답변을 취합한 것이다.
멕시코는 브라질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톨릭 인구가 많은 나라다. 약 1억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인구 대비 신자 비율은 1990년 89에서 2020년 77로 급격히 떨어졌다. 주교회의는 ‘조용히 이탈한’ 사람들과 관련해 “그들은 스스로 가톨릭 신자라고 말하지만, 성사생활은 담을 쌓고 산다”고 밝혔다.
종합 의견서에는 여러 부류 사람들의 의견이 그대로 담겼다. 여성 마렐리 모라는 “어릴 때부터 성당에 다니고, 견진성사까지 받았지만, 교회 발길을 끊었다. 그렇다고 무신론자는 아니다. 난 여전히 영적인 것을 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화된 종교들을 보면 화가 난다.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고, 순종적인 사람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달루페 성모 대성당의 살바도르 아빌라 몬시뇰은 TV와 소셜 미디어(SNS) 범람으로 인한 ‘관계(소통)의 위기’를 거론했다. 그는 “젊은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을 갖는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신앙 공동체에 들어와 사제나 신자들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의견서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성직주의에 대한 지적도 담겼다. “신부들과 평신도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권위를 행사하는 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들은 권위와 ‘권력’을 혼동한다. 남은 것은 순종과 침묵뿐인 것 같다.
”성직주의 관련해 가톨릭 언론인 알바레스는 “일부 주교들은 여전히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out of touch)’”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6년 멕시코 사도 방문 때 강조한 ‘친밀감’과 ‘겸손’을 다시 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 의견서를 통해 드러난 현실은 비단 멕시코 교회만의 상황은 아니다. ‘가톨릭 대륙’으로 불리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톨릭의 쇠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칠레에 본부를 둔 여론조사연구기관 라티노바로메트로(Latinobarmetro)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브라질 신자 비율은 66에서 55로 떨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고국 아르헨티나의 하락세는 더 급격하다. 76에서 49로 추락했다.
반대로 오순절 교회로 대표되는 개신교 복음주의 계열의 신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가톨릭 인구 세계 1위인 브라질의 경우 2000년 3이던 복음주의 신자 수가 20년 만에 20를 넘어섰다. 과테말라는 40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가톨릭 기반이 약화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복음주의 교회의 공격적 선교 △가톨릭에 비우호적인 좌파(진보) 정치 △식민지 시절 교회로부터 소외와 차별을 받았다고 느끼는 원주민들의 반감 △교회 지도자들의 안주 △급격한 세속주의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원인이다.
라틴아메리카 대륙회의는 멕시코를 포함해 각 지역 교회에서 보내온 의견서를 토대로 ‘쇄신’과 ‘새 복음화’가 핵심어일 수밖에 없는 대륙별 최종 문서를 작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