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헐벗고 버림받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눈물이어야 하고, 정직하고 두려움 없이 양심껏 말하다가 투옥되어 고통 중에 신음하는 사람들을 저버리지 못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행동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학순 주교의 옥중 메시지 中)원주교구는 지학순 주교(1921~1993) 선종 30주기를 맞아 11일 충북 제천 배론성지 최양업 신부 기념 대성당에서 교구장 조규만 주교 주례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추모 미사를 봉헌하고, 그의 삶과 영성을 기렸다.

이어 원주교구청에서는 기념 칸타타와 지 주교 관련 심포지엄도 개최하는 등 지학순 주교를 기리는 하루로 보냈다.

조규만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지학순 주교님은 목자로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선구자이자 지도자셨다”며 “약자들을 위한 각종 사회활동에 적극적이셨고, 무엇보다 양심선언으로 대한민국 민주화 발전에 큰 획을 그으셨다”고 추모했다.

조 주교는 루카 복음 15장을 인용하며 “지 주교님은 복음 속 ‘탕아’의 아버지 모습을 닮으려 노력하신 분”이라며 “사제와 교우뿐만 아니라, 이 나라 백성 모두를 당신의 소중한 자녀로 생각했기에 민주화 운동과 각종 사회복지 활동을 펼치신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 후 참석자들은 배론성지 내 성직자 묘지에 안장된 지학순 주교 묘소를 찾아 참배했다.

같은 날 원주교구청 가톨릭센터 마리아홀에서는 지학순 주교 30주기 기념행사가 열렸다.

교구 양업토마스합창단과 임마꿀라따 무용단은 지 주교의 삶을 낭독과 합창, 무용으로 그려낸 창작 칸타타 ‘빛이 되라’를 선보였다.

이어 지 주교의 사회복지 사업을 새롭게 조명하는 심포지엄도 개최됐다.

이원희(요셉피나) 춘천교구 교회사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지학순 주교의 의료 복지 활동’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지 주교가 ‘전교봉사수녀회’ 설립과 결핵예방사업단 활동 등을 통해 결핵 예방에 큰 공헌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원주를 비롯한 강원도 지역에 가톨릭계 병원들이 설립되어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지학순 주교의 따스한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국사편찬위원회 김소남 박사는 ‘지학순 주교의 벽지보건 사업’을 주제로 파독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농어촌과 광산에서 벽지보건사업을 펼친 지 주교의 삶을 조명했다.

김 박사는 “지 주교의 벽지보건 사업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과 평신도 운동에 기반을 둔 활동이었다”며 “이러한 사회운동 경험은 여성과 농민, 노동, 빈민 의료, 생명운동을 전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1921년 평안남도 중화에서 태어난 지 주교는 월남 후 1952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후 1965년 원주교구 초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지 주교는 재임 동안 민주화와 인권, 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다.

교구와 한국 사회의 발전에 헌신해온 지 주교는 지병인 당뇨병 악화로 1993년 3월 12일 서울 성모병원에서 선종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