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를 즉위 10주년 기념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제3차 세계대전 시대에 교황이 될 줄은 몰랐다”며 목자로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바라보는 비통한 심정도 드러냈다.
교황은 선출 10주년 당일인 13일 바티칸 미디어가 기획한 즉석 ‘포프캐스트’(popecast, 팟캐스트의 패러디)에 출연해 직무 수행 10년의 소회를 털어놨다. 9분 분량의 인터뷰는 가벼운 질문과 진솔한 대답으로 채워졌다. 교황은 마이크 앞에서 미소를 지으며 “팟캐스트? 그게 뭐죠?”라고 물었다. 기자의 설명을 듣고 난 교황은 “좋습니다. 한 번 해봅시다”라며 질문에 대답했다. 다음은 주요 질문답.
- 10주년을 맞아 교황님의 삶과 직무와 관련해 세상과 나누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교황에 선출된 게 어제 같아요. 시간이 압박감을 줍니다.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오늘을 붙잡으려 하면 벌써 어제가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산다는 것은 늘 새로운 일입니다. 지난 10년의 세월이 그렇게 지나갔어요. 긴장의 연속이었죠. 긴장 속에서 살았습니다.”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은요?
“(2014년 9월 28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노인들을 만난 일입니다. 노인들은 지혜롭고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줍니다. 저도 늙었지요. 그렇지 않나요? 노인은 잘 숙성된 고급 포도주 같은 존재입니다. 노인들과의 만남이 저를 새롭게 하고 젊게 만들어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교황은 조부모와 노인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지혜에 귀 기울이라는 취지로 2021년 ‘세계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제정했다. 보편 교회는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과 가까운 7월 넷째 주일에 이날을 기념한다.)
-재임 기간 괴로운 순간도 많으셨지요?
“모두 전쟁의 공포와 관련된 겁니다. 레디풀리아와 안치오 군인묘지 방문을 비롯해 노르망디 상륙 기념식 참석, 시리아 내전 규탄에 이어 지금은 우크라이나에서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야만 행위를 파수꾼처럼 깨어 규탄하는 일입니다. 전쟁의 이면에는 무기산업이 있습니다. 이는 악마적인 일입니다.
한 유명한 과학기술자가 제게 말하더군요. 1년만 무기를 만들지 않으면 세계 기아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정말 끔찍합니다. 저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시대에 보편 교회를 이끄는 교황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전쟁은 (즉위 당시 한창 교전 중이던) 시리아만의 독특하면서도 고립된 상황인 줄 알았죠. 러시아인이든 우크라이나인이든 죽은 이들, 특히 전쟁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고통스럽고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교황은 2014년 이탈리아 레디풀리아 및 안치오 군인묘지를 참배하고 돌아와 ‘나는 어린아이처럼 울었다. 묘비에 적힌 군인들의 나이를 보았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열아홉 살, 스물두 살이었다.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여러 국가 수반이 참석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기념식에 다녀와서는 ‘(승리만 기념할 뿐) 그 누구도 그 해변에서 3만 명 넘는 젊은이들이 전사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