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고위 외교관이 바티칸과 중국이 2018년 도출한 ‘주교 임명에 관한 잠정 합의(이하 잠정 합의)’가 “최선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교황청 국무원 외무장관 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는 EWTN과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목표는 최선의 합의를 성사시키는 것이었지만, 그 합의는 확실히 상대방 때문에 가능한 최선이 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잠정 합의가 애초 약속한 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잠정 합의는 중국 정부가 임의로 진행해오던 주교 임명 절차에 교황청이 개입해 주교들이 베드로의 후계자(교황)와 완전한 친교를 이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중국 정부가 주교 임명의 최종적, 결정적 권한이 교황에게 있음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갤러거 대주교는 잠정 합의에 다소 회의적 반응을 보인 이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최근 교구를 독단적으로 신설하고, 주교를 임명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교황청 승인 없이 5개 교구를 통합해 장시(江西)교구를 신설하고, 지오반니 펑 웨이자오 주교를 보좌 주교로 임명했다. 교구 설립과 해산, 주교 임명은 교황의 고유 권한이지만 과거처럼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 것이다.
교황청은 즉각 “놀랍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유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잠정 합의 이후 교황청과 중국 정부의 공동 승인하에 임명된 주교는 6명이다.
그럼에도 갤러거 대주교는 “우리는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중국 교회, 바티칸 모두 (이 문제가) 몇 달 혹은 몇 년 안에 해결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훨씬 더 긴 시간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4월 중순 홍콩교구장 스테판 차우 사우얀 주교가 수년 만에 처음으로 베이징교구를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천주교애국회 회장 겸 베이징교구장 리산 대주교 초청으로 이뤄지는 방문이다. 샤우얀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1년 임명한 교구장이다. 천주교애국회는 중국 공산당 관변 단체이다. 따라서 중국 정부는 샤우얀 주교를 통해 바티칸은 물론 보편 교회와 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있는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홍콩교구장이 본토 교구를 공식 방문하는 것은 1985년 이후 처음이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13일 샤우얀 주교의 방문 계획에 대해 “중국 본토 교회와 보편 교회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홍콩 교회의 특징적인 모습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몸짓”이라고 밝혔다. 또 잠정 합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중국 신자들이 보편 교회와 결속된 신자가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