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족이 2021년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따라 이행될 제도 변화에 대해 인권을 박탈하는 처사라며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교회 또한 마땅한 돌봄 정책과 보호, 지원 체계 마련 없이 2025년부터 탈시설을 이행하려는 정책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발달장애인 수는 25만 5207명에 이른다.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 중 80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기관이지만, 시설을 이용 중인 발달장애인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그렇잖아도 평생 곁에서 도움이 필요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기관과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와중에 이 같은 정책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시설 이용의 혜택을 보지 못해온 수많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돌봄의 과부하와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겪으며 어려움을 호소해온 터였다.
UN 장애인 권리 협약에는 장애인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고,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는 2025부터 2041년까지 매년 800여 명에 이르는 시설 거주 장애인을 지역 사회로 내보낸다는 내용만 앞세웠지, 그들이 온당히 지녀야 할 선택권이나 장애 정도에 따른 어떠한 대응 방안도 제시하고 있지 않다. 시설을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이든 아니든 이들에겐 말 못할 당사자의 힘겨움, 가족의 애환,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다.
“우리 아이보다 제가 하루만 더 살았으면 좋겠어요.” 발달장애인을 둔 이 땅의 수많은 부모가 하나같이 말하는 하소연이다. 자식의 어려움을 늘 곁에서 해결해줘야 하는 발달장애인 부모와 가정에 대해선 가족 공동체의 인권을 존중하는 처사가 필요하다. 국민을 대하는 국가관은 더 작고, 더 어려운 데에서 확립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