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이스라엘 공격에 팔레스타인 사망자 80명 넘어… 라마단 기간 긴장 고조, 충돌 방지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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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유다인들은 불안 속에서 산다. 팔레스타인계 이슬람교도들은 사그라지지 않는 분노 속에서 산다. 이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양측이 쏘아대는 ‘십자포화’에 갇힌 형국이다.
최근 유다인들의 불안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가 더 심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 수가 벌써 80명이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사망자 수는 지난해의 158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팔레스타인의 공격에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 주민은 13명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중심지 중 한 곳이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뿌리가 깊다. 이유도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다. 이런 갈등은 한 마디로 이 ‘거룩한 도시’를 독점하려는 욕망에서 비롯된 불행이다.
예루살렘에서 유다인과 팔레스타인 세력 간의 충돌이 격해지면 그리스도인의 불안감은 더 심해진다. 그리스도교는 양측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가 많다. 지난 3월 19일 급진주의자로 추정되는 이슬람 남성 2명이 동예루살렘의 겟세마니교회(정교회)에 침입해 전례를 거행 중이던 주교와 사제 2명을 폭행했다. 정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 테오필로스 3세는 즉각 다른 그리스도교 형제들과 성명을 내고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3월 16일에는 나자렛의 프란치스코 수녀회가 운영하는 가톨릭 학교가 정체불명의 무장 괴한들에게 표적이 됐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지난 2월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사형 선고를 받은 곳으로 전해지는 장소에 있는 성당 내 그리스도 성상이 파손되고, 시온산 공동묘지에 있는 그리스도인 무덤 수십 기가 훼손됐다. 무덤을 훼손한 유다인 10대 2명은 경찰에 체포됐다.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유다인과 이슬람교도들의 폭력 행위는 이루 열거하기가 힘들다. 그들은 신변 위협과 성지 훼손, 수도원 기물 파손 등의 형태로 반감을 표출한다.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회담이 중단된 이후 그리스도교를 겨냥한 공격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 3월 23일 시작된 라마단은 이스라엘 민족의 최대 명절인 유월절(4월 5~22일)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부활절(4월 9일)과도 겹친다. 라마단은 전 세계 이슬람교도들이 한 달간 금식하면서 기도하는 성월이다. 과거 분쟁을 보면 양측은 라마단 기간에 충돌이 더 잦았다. 팔레스타인 세력이 폭탄을 터뜨리거나 로켓을 발사하면 이스라엘이 즉각 대규모 보복에 나서는 식이다.
이 때문에 예루살렘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라마단이 끝나는 21일에 수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슬람에서 3번째로 성스러운 장소로 꼽히는 모리아산 언덕의 황금돔 사원에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전산’이라 불리는 모리아산은 유다교에도 매우 중요한 성지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아들 이사악을 제물로 바치기 위해 오른 산(언덕)으로 전해진다. 황금돔 사원 아래에는 솔로몬 성전 터에 세워진 성전 벽, 이른바 ‘통곡의 벽’이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리들은 2월 말 요르단에서 긴급 회동을 하고 라마단 기간에 발생할지 모르는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의견을 주고받았다. 이스라엘 경찰과 보안 당국도 동예루살렘 일대, 특히 구시가지와 성전산 부근의 경계수위를 한층 강화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9일 교황청-팔레스타인 대화 합동실무단 예방을 받고 “예수 그리스도는 2000년 전 예루살렘을 보시고 우셨다”며 “우리도 ‘거룩한 도시’를 생각하면 자녀들의 고통으로 평안을 찾지 못하는 어머니 마음과 같아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예루살렘에 대한 우리 모두의 연민은 어떤 이념이나 진영 논리보다 강해야 한다”고 말하고 예루살렘은 ‘보편적 가치를 지닌 장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