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ㆍ3 사건 75주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추모와 기억, 성찰의 자리가 마련됐다.
제주교구장 문창우 주교는 제주 기쁨과 희망 포럼에서 “4ㆍ3을 기억하는 일은 과거의 사건을 단지 기념비적으로 상기하는 것을 넘어 그 희생을 우리 안에 스며들게 해 이웃과 나누며 용서와 화해, 정의와 평화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도록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전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도 서울 예수회센터 대담회에서 “4ㆍ3 사건을 지금 세대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며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진상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제주 4ㆍ3 사건을 비롯한 여러 사회 문제에 관여하는 것은 주님께서 항상 사회 약자들에게 깊은 관심을 갖고 계시고, 직접 그들의 삶의 자리에 뛰어들어가 함께 계셨기 때문이다. 주님께서는 공생활을 시작하실 때 가난한 이들에게 해방을 알리는 희년을 선포하셨고, 열두 사도를 파견하실 때에도 “길 잃은 양들에게 가라”고 하셨다.
성경은 ‘평화를 정의의 결과’라고 가르친다.(이사 32,17 참조) 정의는 과거의 불의를 잊지 않되 용서와 관용, 협력을 통해 그 불의를 극복하라는 요구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이 제주 4ㆍ3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아픈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의 상호 존중과 이해와 화해의 토대를 마련해 진정한 평화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다. 이를 위해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대화와 협력의 증진이 요구된다.
이제 제주 4ㆍ3을 비롯한 우리 사회 모든 아픈 과거에 대해 편향된 이념이 아닌 그리스도의 눈으로 바라볼 때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고 우리 사회의 약자들과 연대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기본 생활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