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호흡기 질환으로 입원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흘만인 1일 퇴원해 이튿날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를 거행했다. 교황은 부활절인 9일에도 예정대로 대축일 미사를 거행하고, 성 베드로 대성전 중앙 발코니에서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부활 강복을 내릴 것이라고 바티칸은 밝혔다.
교황은 1일 로마 제멜리병원에서 퇴원해 교황청으로 이동하던 중 차에서 내려 신자들과 로마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안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직 이렇게 살아있다”고 농담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3월 29일 수요 일반 알현 직후 교황이 갑자기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될 때만 해도 바티칸 안팎에서 많은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교황은 이튿날 오전에 병실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신문을 읽고, 간단한 업무도 처리했다고 교황청 대변인이 전했다. 제멜리병원 의료진은 “교황이 항생제 치료에 빠르게 반응해 (예상보다 빨리) 퇴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교황은 젊은 시절에 늑막염 때문에 폐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아 간혹 호흡 곤란을 겪을 때가 있다. 최근에는 무릎 좌골신경통이 악화해 휠체어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대중 앞에 선다. 2년 전에는 노인들에게 흔히 생기는 질환인 게실염으로 인해 결장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6시간 동안 받기도 했다.
올해 86세인 교황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바티칸 주변에서는 조기 사임설이 떠돈다. 이에 대해 교황은 선임 베네딕토 16세가 선례를 남긴 중도 사임에 열려있다며, 지난해 7월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남겨준 훌륭한 본보기는 언젠가 필요하게 될지 모르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교황직을 수행하기 어려울 때까지는 하느님이 맡겨준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최근에도 두어 차례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