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교황청은 3월 30일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 수탈을 정당화했던 ‘발견자 우선주의’(Doctrine of Discovery)를 공식 거부하고 이는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이 개념은 새로 발견한 영토에 대한 소유권은 발견한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으로, 15세기 교황 칙령들에 의해 정당화됐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의 토착 원주민 공동체와 정부 지도자들은 최근 수년 동안 “가톨릭교회가 제국주의 식민지 수탈을 옹호했다”며 ‘발견자 우선주의’를 거부할 것을 촉구해왔다.
교황청 문화교육부와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는 이날 공동으로 2쪽 분량의 성명을 발표, “교회 교도권은 모든 인간 존재를 존중한다”며 “따라서 토착민들의 천부적 인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 개념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일부 학자들은 이 개념이 교황 문서들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교황 문서들은 “특정한 시기에 정치적 문제들과 연결돼 쓰인 것으로 가톨릭교회의 신앙적 표현으로 고려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황 문서들은 토착민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적절하게 고려하지 않았다”며 “토착민들에 대한 비윤리적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식민 열강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악용됐고, 때로는 교회 당국도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온전한인간발전촉진부 장관 마이클 체르니 추기경은 기자회견에서 이 원칙은 가톨릭교회의 교리가 아니며 15세기 교황 문서들은 더 이상 공식적인 교회 가르침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 주교단은 ‘식민주의로 큰 고통을 겪었던’ 토착민과 원주민들과의 관계 증진을 위한 교회의 노력으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미국 주교단은 성명에서 “교회가 식민 열강의 파괴적이고 비윤리적인 행동에 반대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며 “이에 대해 깊은 슬픔과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토착민 공동체는 교황청의 성명을 환영하면서도 이러한 선언은 반드시 후속 조치들로 이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3월 방문한 캐나다 서스캐처원 기숙학교 생존자 모임의 메리-앤 데이 워커-펠레티어 대표는 “가톨릭교회가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원주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