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약 40년 전, 교황청 직원의 딸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러 차례 조사했지만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았고, 각종 음모론이 들끓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언급됐는데요.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욕적이고 근거 없는 해석"이라고 일축했습니다.
맹현균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983년 15세 소녀 에마누엘라 오를란디가 실종됐습니다.
교황청 직원의 딸이었던 오를란디는 로마에 플루트 레슨을 받으러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탈리아 수사당국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단서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각종 음모론이 피어올랐습니다.
교황청이 마피아와 연관돼 있다는 얘기도 나왔고, 교황 암살 미수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2019년 소녀가 바티칸 내부 묘소에 묻혀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발굴까지 했지만 단서는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교황청은 지난 1월 이 사건의 전면 재조사를 천명했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모든 파일과 서류, 보도, 정보, 증언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진실을 투명하게 밝히라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음모론은 계속됐습니다.
심지어 이번엔 전직 교황의 이름까지 언급됐습니다.
범죄 집단이 소녀들을 납치해 바티칸으로 데려왔고, 이를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알고 있었다는 주장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
"전 세계 신자들이 느끼는 감정을 생각합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를 기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최근 모욕적이고 근거 없는 비방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교황은 납치 사건에 대해서는 투명하게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된 전직 교황의 이름이 음모론에 가볍게 오르내리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교황의 발언에, 광장에 운집한 2만여 명의 신자들은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CPBC 맹현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