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400일이 넘었다. 엄청난 인명 피해는 물론,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평온했던 사회, 가정들이 일궈온 사랑의 시간이 모조리 지옥 같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국제사회는 오랜 소모전을 하루빨리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포화 소리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편 교회는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과 재앙을 낳는 전쟁 속 우크라이나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교황청 재단 가톨릭 사목 원조기구 고통받는 교회돕기(ACN)는 전쟁 통에도 현지에 남아 신자들을 돌보는 교회 공동체와 사목자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ACN은 7500여 명에 이르는 교구 사제와 수도자, 교구 직원을 비롯해 2200여 명의 피난민, 어린이와 청소년, 신학생도 아낌없이 지원하며 사랑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ACN 동유럽 담당 겸 우크라이나 사목 원조 책임자인 마그나 카츠마렉 실장은 본지 인터뷰에 응하면서 “어떤 것도 부활의 큰 기쁨을 막을 순 없다”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했다.
어떤 것도 생명을 앗아가는 전쟁을 정당화할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화는 전쟁의 부재만이 아니라 흔히 잊히거나 무시되어 온 우리 형제들의 존엄을 인정하고 보장하며 재확립하려는 끊임없는 노력”(「모든 형제들」 233항)이라고 했듯 평화를 향한 노력은 모든 이의 쉼 없는 과업이다.
우크라이나의 그리스도인들은 “우리의 삶을 파괴할 순 있어도, 신앙은 빼앗아 갈 수 없다”고 외치고 있다. 전쟁 중 두 번째 부활 시기를 맞은 이들은 그 믿음으로 폭력의 황무지 속에서 희망을 싹 틔우고 있다. 우리는 쉼 없이 그곳에 물을 부어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