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거셌던 2021년 9월, 아는 분에게 전화를 했다. “원장님, 찬미하고 싶습니다! 전에는 누가 늘 불러줘서 다녔는데 이제는 제가 먼저 찾아가야 먹고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잠시 후, 원장님은 “사실 저희는 찬양이 결정적이진 않지만 제가 성가를 좋아하고 우리 출소자들의 영성 생활에 성가와 하느님 묵상곡들이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알기에 또 전국 성당을 다니면서 주님의 노래를 들려줄 때 신자들이 받을 기쁨을 생각하면 지금 바로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주님께 감사한 순간이었다.
나를 받아준 곳은 경상남도 양산에 있는 출소자들이 모여 사는 성모 울타리 공동체이다.
이곳의 원장인 하용수(남종삼 요한) 형제는 30여 년 전부터 오갈 데 없는 자신과 처지가 같은 출소자들을 받아들여 공동체를 만들었다. 공동체 안에서 기도하고 우리밀 빵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면서 출소자들과 함께 사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분이셨다.
사실 성모 울타리 공동체는 출소자들의 자립을 돕는 곳이기에 찬양이 특별히 필요한 곳은 아니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찬양할 곳이 없었고 그렇게 문을 두드린 곳이 바로 성모 울타리 공동체였다. 나는 찬양을 통해 얻어지는 기쁨을 전하고자 부산, 마산, 광주, 대구, 포항, 울산, 경주에 있는 본당을 다니며 찬미 홍보를 했다.
하느님은 끝없이 나를 낮추고 낮춰서 내가 하늘의 기쁨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신다. 성경에 나오는 부자와 라자로의 복음을 나는 참 좋아한다. 왜냐하면 내가 가장 부족한 것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나는 가난하고 어려운 자들, 나와 관계없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다. 하지만 내가 어려운 순간이 되자 그동안 멀리했던 그들에게 전화를 했고, 도움을 구하는 나를 그들은 서슴없이 받아줬다.
주님은 자비하셔서 나에게 또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지금은 매주 화요일마다 양산의 출소자들 공동체에 가서 밤늦게까지 신나게 찬양하고 그들과 밥을 먹고 그들의 고민을 듣고 내 고민도 얘기 하고 올라온다.
또 토요일과 주일에는 전국 본당을 다니면서 미사 때마다 찬양을 하고 기뻐하는 신자들의 얼굴을 보면서 행복을 채운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며 깨달은 것은 내가 행복해지려면 낮은 데로 더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낮은 곳은 결코 가난한 곳이 아니라 풍요로운 곳이라는 것을 나는 찬양을 하면서 체험했다.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끊임없이 올라가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나를 낮추시고 낮추셔서 더 심오한 인생의 진수를 체험하게 하신다.
이번 주에도 여느 때와 같이 나는 출소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그들과 함께 노래 부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출소자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아름다운 강산’과 ‘존재의 이유’, 그리고 ‘보릿고개’를 부르며, “아야 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길”을 외치며 나는 출소자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고 있다.
“주여! 나를 보내주소서, 나를 위해 보내주소서.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당신이 아파하는 그곳에 나의 행복이 있습니다.”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