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말, 런던한겨레학교 교장에서 물러났다. 이 학교는, 영국에 사는 북한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2016년에 세운 토요 한글학교다. 처음에는 북한가정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언젠가 남북한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미래를 꿈꿨다. 나는 지난 2년 동안 열심을 다해 도왔다. 학생 수는 크게 늘었고, 남한 부모들도 아이들을 보내면서, 남북한 가정의 비율이 얼추 비슷해졌다. 여기 중국동포와 국제결혼가정도 함께해서 명실상부한 ‘한겨레’ 학교가 돼 가고 있었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아주 사소한 데서 점화돼 어이없게도 많은 것을 태워 버렸다. 지난해 12월, 우리는 그동안 학교를 후원해 주었던 이웃들을 초청해서 학생들의 발표회를 열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박수를 많이 받고 기뻐했다.
그날 자정, 이 학교를 설립한 50대 북한 남성 C이사의 문자를 받았다. “몹시 불쾌했습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이 두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그는 자신에게 귀빈석을 제공하지 않은 것을 모욕으로 여겼고, 최근 양분된 북한이탈주민 협회의 갈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손님을 초대한 것이 둘 중 한 편을 드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북한이탈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상처를 받았을 수 있다고 여겼다. 사과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사임했고, 그가 새 교장이 됐다. 그 후 이사진의 교육방향에 동의할 수 없는 교사들이 모두 떠났고, 학생들도 대부분 그만두었다.
그동안 내가 런던한겨레학교를 특별하다고 생각한 것은, ‘북한사람들이 주도해서’ 만든 기관이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남한사람들도 함께한다는 것이 근사했다. 한국에서는 ‘남한사람들이 주도해서’ 북한이탈주민을 ‘위해’ 만든 기관을 많이 봤다. 그때는 일방적인 관계가 부당해 보였다. 지금은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야 오랫동안 같이 갈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는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 있다. 남북한사람뿐만 아니라, 남자와 여자, 다양한 세대로 준비위원회를 꾸렸다. 런던한겨레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20대 북한여성 Y선생님께 준비위원회에 들어와 달라고 부탁했다. “혹시, 북한사람 숫자를 맞추는 게 필요해서 초청하시나요?”, “아니요. 선생님의 관점이 필요해서 초대합니다. 어떤 것은 제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일 테니까요.” 새로 만든 학교 이름은 ‘뉴몰든 한글학교’다. 우리는 ‘한겨레’의 무거움을 빼고 마을로 돌아갔다.
이향규 테오도라(뉴몰든 한글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