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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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한담] 빈 무덤과 두 은인 / 신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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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주님이 다시 살아나셨다고! 그러길 바란다. 내 마음은 주저하는데 내 발걸음은 주님께 달려가고 있지 않은가! 나는 배신했는데 주님을 배신한 그 이상으로 더욱 주님이 점점 더 그리울까, 달려가자! 내 스승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싶다. 꿈도, 약간의 바람도 이제는 없다. 그냥 나의 스승, 그분을 보고 싶을 뿐. 나의 예수님께로.’

이 가사는 내가 작사, 작곡한 ‘그분이 살아나셨다고?’ 중 한 구절이다. 요한복음 20장 4절에 등장하는 빈무덤으로 달려가는 베드로와 요한의 마음이 부러워서 만든 곡이다.

나는 내 스스로,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찬양 사도라 불리고 있다. 최근 나는 내 본질을 찾게 됐다. 그것은 바로 증거자다. 나는 예수님 시대를 살지 않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뜨겁게 노래로 전하는 사람이다. 일찍이 ‘임쓰신 가시관’, ‘내 발을 씻기신 예수’, ‘하느님의 어린양’ 등 그리스도의 사랑을 노래로 만들어 신앙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불렀다.

찬양을 할 때마다 나는 죽어가던 사람들이 생명을 얻고 생기를 잃었던 사람들이 신앙의 감동으로 살아남을 느낄 수 있었다. 찬양의 본질이 부활이라는 것을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우리는 이 부활을 노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천주교 신자다. 베드로와 요한이 빈 무덤으로 달려가는 그 마음을 나도 갖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전해야 했다.

나는 중학교 때 살레시오 수도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피정에 참가하면서 처음으로 신앙의 뜨거움을 체험했다. 이후 본당 신부님과 수녀이신 이모의 권유로 신학교에 들어가게 됐다.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하려는 마음보다는 하느님과 뜨겁게 만났던 경험이 나를 신학교로 이끌었던 것 같다.

며칠 전 소중한 분과 통화할 수 있었다. 신학생 시절 영성지도 신부님이셨고 지금은 주교님이 되신 그분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자네가 자랑스럽네, 그리고 자랑한다네. 나는 늘 자네의 ‘임쓰신 가시관’을 들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할 수 있었다네. 나는 자네가 앞으로도 노래로 주님을 뜨겁게 알릴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하네!”

나는 통화를 마치고 눈물을 삼켰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주교님. 나는 부족한 사람입니다. 나는 죄인이었습니다. 나는 그때 무수히 신학교를 나오려고 하였습니다. 나는 정말 부족한 사람입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찬양 사도들이 곳곳에서 찬미를 전하고 있다. 기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한 그들에게 격려와 응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주교님에게 받은 격려처럼 말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격려만 받는 사람이 될 것인가’라고 뉘우쳤다. 나도 격려하는 사람이 되고 그들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빈 무덤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베드로와 요한 사도처럼 배신의 그 부끄러움 그 이상으로 마음의 중심에 살아있는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확신하고 달려가고 싶었다.

또 한분의 은인은 얼마 전 선종하신 서유석(요한) 신부님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찬양 사도들을 후원하며 영적으로 아껴주셨던 분. 너무나 슬픈 이별이었지만 신부님이 보여주신 신앙인다운 삶을 실천하며 오랫동안 그분을 기억하고자 했다. 바로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마음이다. 찬양을 한다는 것은 주님을 증거하면서 동시에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찬양의 의미를 묵상하며 빈 무덤으로 달려가는 사도들과 두 분의 은인들을 생각한다.
신상옥 안드레아(생활성가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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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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