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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인의 눈] 돌봄 사목 / 김민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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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돌봄이란 흔히 양육이나 간호와 같은 개인적이고 사적인 행위로 간주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들의 양육, 집안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 노부모들이 삶의 여정을 마칠 때까지 돌봄은 여성들의 몫으로 여겨 ‘독박 육아’, ‘독박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세상이 바뀌면서 아이들 양육은 서서히 조부모에게 혹은 어린이집이나 학원으로 넘어가고, 노부모 간병은 요양원으로 옮겨졌다. 돌봄이 사회적 체계 안에 들어왔지만 그 역할은 여전히 여성의 일로 취급되어왔고, 여성적인 것은 ‘비생산적’이라는 구시대적인 지배적 통념이 지속되면서 오랫동안 착취되거나 평가 절하되어 왔다. 그래서 돌봄 노동은 변함없이 저임금과 낮은 사회적 지위에 묶여 있었다. 최근 텔레비전 공익 광고에 ‘아줌마 No! 요양 보호사!’ 캠페인을 보고 이제는 돌봄 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분들을 ‘아줌마’라고 함부로 부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돌봄’은 가정, 친족, 공동체, 국가, 지구 전체 등 모든 영역에서 우선시되고 중심에 놓여야 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그림자 국가’라 불리는 초국적 기업들이 주도해 온 세계화는 결국 오늘날에 와서 돌봄의 부재, 즉 무관심이 구조적으로 지배하는 상황을 일반화시키고 있고,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일찍이 간파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복음의 기쁨」(54항)이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관심의 세계화’를 언급하였고, 그래서 가난한 이들, 태아처럼 아직 쓸모없는 존재, 노인처럼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 실업과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청년 등 유용하면 쓰고 쓸모없으면 언제든 버리는 ‘쓰레기 문화’를 지적한 바 있다. 교황은 단순히 현실 비판에 멈추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의 ‘돌봄의 문화’를 증진시켜 만연된 무관심과 대립의 문화에 맞설 것을 늘 강조한다.

돌봄의 체계화와 제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교회 안에서도 돌봄의 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돌봄 사목’이 보다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2년 빈곤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0년에 1인 가구 빈곤율이 47.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65세 이상 노인 1인 가구의 빈곤율은 72.1로 가장 높고, 중년(38.7), 청년(20.2), 장년(19.5) 순으로 이어지며,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빈곤율의 증가는 ‘고독사’나 ‘자살률 증가’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때 천주교에서는 노숙인을 위한 ‘명동밥집’ 운영이나 쪽방 봉사를 통하여 사회적 신뢰가 가장 높은 종교로 인정받은 바 있다. 그러나 교회는 그것만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적인 돌봄 사목이 실행되어야 한다. 아동과 청소년 돌봄, 1인 가구 청년과 노인 돌봄, 영적 돌봄을 위한 심리상담 등 다양한 형태의 돌봄이 사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교회의 사랑 실천은 결국 돌봄으로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루카복음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는 진정한 돌봄의 모델을 제시한다. 사마리아인은 죽어가는 사람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유해 준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여관 주인에게 그를 데리고 가서 나을 때까지 돌봄을 요청한다. 여관 주인은 ‘협력자’이면서 ‘사회적 인프라’에 해당한다. 이 시대의 돌봄 사목은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 상처를 치유해 주는 기존 역할도 중요하지만 한 형제로서 ‘모두와의 연대’를 통한 공동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을 전환해 본다면, 지역에 있는 본당들이 공동 돌봄을 위한 돌봄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본당 공동체가 기존 돌봄에 머물지 않고 돌봄 사목의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수 이냐시오 신부
서울 상봉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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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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