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빨리 찾아오는 봄과 여름. 이른 더위에 전보다 빨리 얇은 옷을 꺼내 입고 에어컨을 켜고 생활하게 된 우리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가뭄과 홍수로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은 클릭 한 번으로 넘겨버리기 일쑤다. 지구의 변화가 내 목숨을 위협할 만큼 중대한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낮은 곳에서부터 죽음은 시작되고 있었다.
한국양봉협회가 지난 12월 월동봉군 소멸 피해를 조사한 결과 전체 양봉 농가의 57.1가 피해를 입었다. 꿀벌 176억 마리가 사라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꿀벌의 소멸은 꿀 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 전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식물의 수정을 돕는 꿀벌이 사라지자 화분 매개에 꿀벌 의존도가 높은 딸기와 참외, 사과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당장 작물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 물량이 줄어들면 작물의 가격이 오를 것이고, 머지않아 지금 먹을 수 있는 과일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세상에 인간은 또 적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다만 사계절에 꽃이 피는 들판, 벌과 나비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하게 될 뿐이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생태신학자 데니스 오하라 박사는 가톨릭 에코 포럼에서 유의미한 말을 남겼다.
“각자가 지구에 해를 가해 파괴가 가속화된 것처럼, 개개인이 지구를 돕게 되면 연쇄작용이 생겨서 눈에 띄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피조물과 인간이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회칙이 제시하는 방향을 따르면 우리는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민경화 루치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