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흘간의 헝가리 사목방문 마지막 날인 4월 30일 부다페스트 국회의사당 앞에서 옥외미사를 집전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문을 닫지 말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헝가리 국회의사당이 있는 부다페스트 코슈트 러요시 광장에서 5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거행된 미사를 마치며 “평화의 여왕이신 성모님께서 사람들이 마음속에 평화 건설의 열망을, 젊은이들에게 전쟁이 아닌 희망의 미래, 무덤이 아닌 요람으로 가득 찬 미래, 장벽이 아닌 형제애로 가득한 세계의 희망을 건네 달라”고 기도했다.
교황은 또 강론에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닫힌 문을 보는 것은 슬프고 고통스럽다”며 “우리는 이민자나 가난한 이들에게 문을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어 그리스도인이라면 이기심과 개인주의, 고립주의로 이방인들에게 문을 닫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교황의 헝가리 방문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1년 9월 제52차 세계성체대회 폐막미사 주례를 위해 부다페스트를 찾은 교황은 약 9시간 동안 머문 뒤 다음 방문지인 슬로바키아로 향했다. 헝가리는 가톨릭신자 비율이 약 37로 정교회 신자들이 많은 동유럽에서 가톨릭의 교세가 가장 큰 나라에 속한다.
교황의 이번 사목방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유럽과 전 세계의 평화에 대한 간절한 호소와 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이주민과 전쟁 난민들에 대한 포용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친러시아 성향으로 이주민과 난민에 대해 폐쇄적 입장의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는 200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수용해 교황이 감사의 뜻을 표한 바 있다.
교황은 28일 오르반 총리를 비롯한 헝가리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헝가리의 강경한 이민 정책을 염두에 두고 그리스도교의 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주민과 난민들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헝가리 복음화의 주역인 10세기의 왕 성 스테판 1세의 말을 인용해 “친지와 친척, 권력자와 부자, 이웃과 동료에게만이 아니라 외국인을 포함해 여러분에게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환대하라”고 권고했다. 교황은 이주민 수용이 ‘복잡한’ 문제임을 인정하면서도 “그리스도인들의 태도는 자기 스스로를 이주민으로 여겼던 예수님으로부터 배운 환대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커털린 노박 헝가리 대통령은 교황에 대해 “헝가리를 포함해 전 세계는 평화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정의로운 세계 평화의 건설을 위해서 더욱 많은 노력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순방 이틀째인 29일에도 교황은 자비와 사랑으로 이주민들을 너그럽게 수용해줄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특히 이러한 사랑은 비신자들과 이방인들에게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부다페스트 성 엘리자베스 성당에서, 대부분이 우크라이나인들인 600여 명 난민들이 실내를 가득 메우고 1000여 명이 밖에서 기다리는 가운데 행한 연설에서 “참된 신앙은 위험을 무릅쓰고 가난한 이들을 만나서 사랑의 언어를 전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황은 이날 오전 헝가리 주재 교황대사관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교황 방문 특사 힐라리온 총대주교와 만나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1만1000여 명의 청년들과의 만나, 이기심을 버리고 공동선을 위해 헌신해줄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다른 이들, 교회와 사회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며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사랑,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능력을 성찰하자”고 권고했다.